“상상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
21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은 문학적 감수성, 삶에 대한 통찰 그리고 자기 성찰을 통해 ‘리얼리티(현실)의 힘’을 증명한 명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대기업의 대규모 해고 사태를 모티브로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와 그의 아내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조여정)이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의 이야기를 담는 과정을 그렸다.
다큐멘터리 촬영을 계기로 가까워지는 네 명의 인물을 통해 이 감독은 경제적 계급이 어떻게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고 인간 관계를 규정하는지를 특유의 문학적 리얼리즘으로 재현했다. 대기업에서 용접공 정규직으로 근무하며 평범하지만 작은 행복을 누렸던 호석은 해고 이후 경제력뿐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리며 깊이 좌절한다. 여기서 영화는 기존 문법을 파괴한다. 호석의 고통이 아닌 그의 아내 미옥을 전면에 내세우고 예지가 미옥의 시선을 따라가는 선택을 한다. 평단에서는 이 감독이 언급한 ‘노동종말시대’의 강력한 은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석이 주인공이지만 극 중 호석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투명인간처럼 연출됐다. 노동종말시대의 ‘투명인간’을, 존재하는 노동자 호석을 실존하지 않는 것처럼 연출함으로써 구현한 셈이다. 설경구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호석을 ‘특별하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연기’로 표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10년 전부터 준비하다 포기했던 감독의 고뇌와 자기 성찰이 오롯이 담겨 있는데 마치 윤동주의 ‘참회록’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계급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며 작품에 품을 수 있는지, 작품이라는 명분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담겼다. 영화는 각기 다른 네 명의 인물을 통해 다양하고 복잡한 계급적 속박에서 벗어나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 묵직하고 뻐근한 질문을 던진다. 23일 극장 개봉,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