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추진했던 각종 경제 개혁과제가 곳곳에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사정에 앞장섰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일부 대기업들이 노골적으로 맞서고 있는가 하면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노조도 분사안에 반발해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방에서도 농지전수조사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당위성이 아니라 수용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일 재계와 관계부터 등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이 공정위와 속속 법적 대응에 착수하고 있다. 과징금 등 최종 처분 이후 행정소송을 내던 사후 대응을 넘어 조사 개시와 증거 수집 단계부터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법원은 지난 9일 한화 측이 공정위의 자료 제출 명령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화는 계열사 간 브랜드 사용료 관련 조사에서 공정위가 영장 없이 직원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를 열람한 뒤 자료 제출을 명령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취소소송도 냈다. 공정위는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적법하게 조사했으며 강압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쿠팡은 공정위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기업의 불응으로 대규모유통업법상 현장조사가 무산된 것은 2011년 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쿠팡이 할인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전가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쿠팡은 공정위가 조사 7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위법하다며 현장조사 결정 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조사는 사전 통지 의무의 예외라고 맞서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의 조사 강도와 빈도가 크게 늘어 기업 본연의 영업과 투자 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부문에서도 정부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LH 분사가 대표적이다. LH 노조는 현장과 충분한 협의 없이 분사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조합원 8000여 명이 쟁의 절차에 돌입했으며 분사를 강행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공급 확대를 위해 꺼낸 조직 분리 카드가 정작 공급 실행기관의 파업 가능성을 키우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농촌의 반발도 확산하고 있다. 개정 농지법 시행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농사를 짓지 않거나 불법으로 임대한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뀌었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토지가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이 매년 부과될 수 있다. 이를 두고 농민들은 고령화와 일손 부족, 상속농지와 관행적인 임대차 등 농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도 세부 지침이 불명확해 조사와 민원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부처 출신의 한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물밑에 있던 갈등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오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더 정교한 실행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