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권
논설위원
백두산 남동쪽 약 115㎞ 지점에 위치한 해발 고도 2205m의 만탑산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본거지다. 북한군은 이 산 밑에 수평으로 수백 m씩 갱도들을 팠다. 그 끝에는 폭발실을, 지상에는 각종 지원 시설들을 지었다. 이것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다. 원래 만탑산은 백두산 화산대에 속했지만 한민족이 거주한 이래 만탑산의 지진, 화산 분화 기록은 없었다. 산 자체가 주로 중생대에 형성된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됐고 지하 기반암도 5억 4100만 년 이전인 선캄브리아기에 형성돼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한데 견고한 화강암질의 만탑산조차 현재는 일부 함몰되고 지하 지층이 불안정한 상태다.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차례나 감행된 핵실험 탓이다. 과거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탄의 폭발력은 약 15킬로톤(kt)이었는데 1~6차 북한 핵실험 위력은 작게는 0.8kt에서 크게는 50kt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규모 3.9~5.7의 인공지진이 발생해 한반도는 물론 중국·러시아 등까지 영향이 미쳤다.
이런 북한 핵실험이 만탑산 일대에서 잠자던 단층대를 깨워 지진을 빈번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최근 한중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핵실험 여파로 지금까지 풍계리 일대에 1399회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진은 북북서 방향의 길이 24㎞ 단층대들에 집중됐다. 이들 단층대가 동시에 활성화하면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2016년에는 풍계리 핵실험으로 규모 7.0 이상 인공지진 발생 시 막대한 마그마를 품은 활화산인 백두산의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백두산이 폭발할 경우 화산재·홍수 등 인접국의 1차 피해는 물론이고 최악에는 ‘화산 겨울’ 재앙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화산 겨울은 화산재와 유해가스가 대기층을 덮어 빚어지는 전 지구적 기온 급랭 현상이다. 이런 경고음이 잦아지는 현실을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