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을 갚지 못해 담보 주식을 잃은 중국인 투자자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의 최종 승소가 확정됐다. 국내법을 위반해 이뤄진 투자는 투자 협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당초 중재판정부의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14일 법무부에 따르면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취소위원회는 전날 중국인 투자자 민 모 씨가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전부 기각했다. 이에 따라 민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2024년 5월 중재판정이 확정됐다. 정부는 최종 청구액 2641억 원 배상 책임을 벗었다.
취소위원회는 민 씨에게 정부가 취소 절차에서 지출한 소송 비용 약 15억 1283만 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약 5억 7300만 원의 중재 비용도 민 씨가 부담한다.
민 씨는 2007년 중국 베이징의 화푸빌딩을 인수하기 위해 국내에 파이코리아를 설립하고 국내 은행이 주선·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3800억 원을 조달했다. 이후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은행은 담보권을 실행해 파이코리아 주식을 매각했다.
민 씨는 담보권 실행을 다투는 민사소송에서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고 대출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돼 형사재판에서도 유죄가 확정됐다. 이후 은행의 담보권 실행과 국내 민·형사재판 등이 한중 투자 협정을 위반했다며 2020년 ISDS를 제기했다. 배상 요구액은 최초 약 2조 원, 최종 약 2641억 원이었다.
하지만 당초 중재판정부는 파이코리아 설립과 주식 취득이 금품 제공을 통해 PF 대출을 조달하려는 불법적 계획의 일부라며 민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한중 투자 협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중재판정부는 민 씨에게 정부가 지출한 소송 비용 약 49억 1260만 원과 이자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민 씨는 중재판정부가 협정과 국내법을 잘못 해석했고 충분한 변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며 판정 이유에도 누락과 모순이 있다며 2024년 9월 판정 취소를 신청했다.
이에 법무부는 관계 부처로 구성된 국제투자분쟁대응단과 법무법인 율촌 등 정부 대리 로펌, 학계 등 외부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해 2년여 동안 취소 절차에 대응했다.
취소위원회는 중재판정부의 협정 해석이 합리적이고 민 씨에게 충분한 변론 기회가 보장됐다고 판단했다. 판정 이유에도 누락이나 모순이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민 씨가 주장한 취소 사유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씨 측이 45일 안에 판정 정정이나 보충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결정문 오기 등에 대해 이뤄지는 예외적 절차이기 때문에 법무부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은 “외국인 투자자가 직접적으로 자신에 대한 한국의 사법절차 및 그 결과가 투자 협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최초의 사건”이라며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국내외 정부 대리 로펌, 학계 등과 긴밀히 협업해 최선을 다해 대응한 결과, 원 판정을 지켜내 2조 원 상당의 소중한 혈세를 수호했다”고 설명했다. 강 국장은 이어 “국내법상 위법한 투자는 ISDS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 중재 판정의 판단을 다시금 확인했다”며 “향후 법무부는 결정문을 심도 있게 검토해 후속 절차가 진행될 경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