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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르와 엔젤(angel) 투자

10.09.2026 1분 읽기

요즘 극장가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만든 ‘오디세이’가 천만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의 영광 이면에 감춰진 인간의 고통과 죄의식, 귀향 본능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는 평가다. 오디세우스의 성공적 귀향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트로이전쟁으로 떠나며 자신의 집안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맡긴 충직한 친구, 멘토르(Mentor)를 빼기는 어려울 것이다. 영화에서 라이언 허스트가 연기한 멘토르는 20년간 왕이 없던 이타카에서 왕자 텔레마코스를 곁에서 보호하며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를 찾아 나설 수 있도록 자립심과 판단력을 길러주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멘토’라는 말도 멘토르에서 유래한 것이다.

‘오디세이아’에서 그려지는 멘토르의 모습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angel) 투자자와 많은 부분 닮아있다. 엔젤 투자자는 원래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들의 숨은 후원자를 가리키던 말이다. 멘토르가 왕권은 물론 목숨마저 위태롭던 텔레마코스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처럼 엔젤 투자자도 미래가 불활실한 스타트업들에 자금과 경험·전략, 네트워크를 제공하며 그들의 성공을 돕고 있으니 이들을 스타트업판 멘토르라고 부를 만하다.

우리나라에는 약 1만 3000명의 스타트업 멘토르가 활동 중이다. 성공한 1·2세대 벤처기업가나 교수·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이 주축이 돼 매년 3000여 개 벤처·스타트업에 1조 2000억 원 이상의 투자와 전문적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엔젤 투자는 2014년 중소기업청 근무 시절 필자가 도입한 팁스(TIPS) 프로그램과 연계돼 우아한형제들·토스·당근·직방 등 이름만 들어도 귀에 익은 유니콘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려면 명망 있는 엔젤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가 필수 조건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최근 엔젤 투자는 2021년 사상 최고치(1조 5000억 원)를 기록한 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조합 결성이나 엔젤 클럽 활동도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벤처투자 증가 등 전반적인 분위기 호전에도 유독 엔젤 투자만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한 얘기지만 금융투자상품이 선택을 받으려면 투자 매력이 높아야 한다. 엔젤 투자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로서 수익성은 있으나 회수 리스크가 높아 30∼100%에 이르는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고 ‘전문 엔젤’이 투자하면 벤처기업 인증도 허용하는 등 나름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눈에 띄는 성공 사례가 많지 않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절세·유동성을 모두 잡은 종합 계좌형 투자상품이 쏟아지면서 엔젤 투자의 매력은 크게 줄었다고 할 수 있다.

엔젤 투자는 높은 리스크에 비해 헤지 수단이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과거 공동·후속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분담해주던 정부의 ‘매칭펀드’도 추가 조성의 기약이 없는 데다 특히 지역에서는 믿을 만한 투자 정보가 부족하고 후속 연계 투자도 여전히 취약한 편이다.

엔젤 투자의 위축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위기 신호일 수 있다. 외형적 벤처 투자 규모는 커졌으나 정작 극초기 스타트업으로는 돈이 돌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을 갓 시작하는 지역 청년들에게 ‘투자의 등용문’ 역할을 하던 엔젤 투자마저 줄어들면 그들의 도전 의지와 열정은 어디서 지원군을 찾을 수 있을까. 엔젤 투자가 청년 스타트업들의 ‘멘토르’로 다시금 각광 받을 수 있도록 투자 매력을 높일 다양한 대안과 제도 개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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