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도약기금의 매입 대상을 확대해 빚을 갚다가 사정이 악화돼 채무 조정에서 탈락한 채무자들의 빚도 탕감해주기로 했다. 이미 소액 연체 채권에 대한 채무 조정 이력이 있음에도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에 대해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 논란이 예상된다. 기준 변경으로 새도약기금은 최대 1조 원의 채권을 추가 매입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도약기금은 이미 올해 7월 말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정부가 예상한 전체 규모의 72%인 11조 7378억 원어치의 장기 연체 채권을 매입했다. 새도약기금 등 정책 사업 확대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올해 말 부채비율은 351.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공공 부문의 재무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빚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취약 계층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빚 탕감 정책은 신용 질서를 흔들고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을 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소액 연체 채무를 전액 갚아 신용 회복 지원을 받은 292만 8000명 가운데 48만 3000명(16.5%)이 올해 1분기 다시 연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문턱과 취약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반복적인 채무 감면이 ‘버티면 깎아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회사가 손실 부담을 우려해 대출을 줄이면 취약 계층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채무 조정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경제 활력을 되살리려면 일회성 빚 탕감을 넘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소비 침체와 고물가·고금리의 여파로 한계 상황에 몰린 이들에게 채무 감면만 제공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경쟁력을 잃은 한계 자영업자가 임금 근로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해야 한다. 민간 금융회사의 자율적인 채무 조정과 재기 지원도 활성화해야 한다. 빚을 없애주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스스로 빚을 갚을 능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