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Z세대에서 ‘힙한 불교’가 뜨고 있다. 불교박람회에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한 오프런 행렬이 이어지고 명상과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등 불교문화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 메티버스 법당, 아바타 스님 등 최신 기술과 불교가 결합하는 등 종교적 엄숙함을 벗어난 대변신이 대중의 호응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교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계소영 작가는 4일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천 년 역사의 불교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는 건 스토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상에 녹아든 불교를 더 깊게 이해하다 보면 문화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비구니연습생’을 운영 중인 계 작가는 2030을 대표하는 불교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다. 그는 불교 경전부터 무아(無我), 윤회(輪廻)와 같은 교리 해석, K팝,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영역을 불교 세계관으로 해석한 콘텐츠로 시선을 끌고 있다. 그룹 블랙핑크 제니의 곡 ‘젠(ZEN)’의 가사는 전통 불교 수행법인 선(禪)을 바탕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는 인도 불교 등장 이전의 문명과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성공비법으로 알려진 ‘만다라트’에 대한 해석도 내놓았다. 만다라트는 만다라(曼陀羅)와 아트(art)의 합성어로 불화 만다라에서 영감을 얻어 고안한 목표를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오타니는 청소년 시절 종이 한 장에 수십 개의 칸을 만들고 각 칸에 최종 목표와 이를 위한 실천 과제 등을 적었다. 이 종이에는 운(運)과 인간성이라는 항목도 담겼는데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됐음에도 높은 인성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 작가는 “오타니 선수는 남이 버린 운을 줍는다는 마음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다. 이는 불교의 카르마(업보)를 따르는 수행”이라며 “일본 불교 정토종의 중심인 도호쿠지방 이와테현 출신인 오타니가 불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 출판, K팝 작사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 중이며 최근 에세이 ‘최애는 부처님’도 펴냈다. 그는 “종교에 기반을 둔 인플루언서가 대중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그의 본업은 불화(佛畵)작가다. 불교 크리에이터로 입문하게 된 계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는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 제작이 유행하면서 한순간 인공지능(AI)으로 모든 게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며 “사람들이 불교미술을 즐기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한마디로 작가로서 수명을 늘리고 싶어서였다”고 언급했다.
신자 감소 등으로 위기를 겪는 현대 사회의 종교 역할에 대해선 대중에 다가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절대적인 존재를 강조하기보단 포용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것. 계 작가는 “종교는 절대적인 존재의 중요성만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젊은 세대와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라며 “기성세대에 초점이 맞춰진 종교가 ‘생활양식을 바꿔라,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려 할 경우 반발만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이미 고령화된 종교가 스스로 문턱을 낮춰야 젊은 층이 관심을 두고 대중성도 갖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비구니연습생’이지만 출가가 삶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계 작가는 “아이디가 비구니연습생이지만 출가는 못 할 것 같다. 오랜 시간 스님을 곁에서 지켜봤지만, 아직 감당할 자신은 없다”고 실토했다. 전통예술 영역인 불교미술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계 작가는 “불교를 알면 불교미술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며 “불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각자의 해석이 생기고 작품활동 영감을 주는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불교미술로 확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