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관광 성수기를 앞둔 제주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에서 발생한 잇따른 실종·사망 사건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 종결 의혹이 겹치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른바 ‘제주 괴담’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실제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도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30일 제주도관광협회 등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9일까지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내국인 관광객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나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장 씨의 시신이 발견된 지난 24일을 전후해 감소 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같은 요일을 놓고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8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21만3706명이었다. 올해 같은 요일에 해당하는 8월 24일부터 29일까지는 20만2234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만1472명, 5.4% 감소한 것이다.
요일별로도 감소 폭이 갈수록 커졌다. 월요일에는 전년 대비 0.3%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화요일 4.5%, 수요일 5.3%, 목요일 4.9%, 금요일 7.6%로 감소 폭이 확대됐다. 토요일에는 감소율이 10.0%까지 올라갔다.
관광업계에서는 단순한 계절적 요인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장 씨 사건을 계기로 제주에서 발생한 여러 실종 사건이 온라인에서 한꺼번에 공유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흘간 실종자 4명 숨져…온라인서 ‘제주 괴담’ 확산
불안감을 키운 것은 장 씨 사건만이 아니다. 경찰이 장 씨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며 집중 수색에 나선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 동안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사람 등을 포함해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됐다.
22일에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실종사건 역시 장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파악된 사건이다.
다음 날인 23일에는 제주시 조천읍 해상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7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발견됐고, 24일에는 제주시 애월읍 계곡 인근에서도 또 다른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한림읍에서는 장 씨가 실종된 지 100여 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29일에는 서귀포시 하예포구 인근 해안가에서 20대 직업군인의 시신도 발견됐다. 이 남성은 지난 27일 낚시도구를 챙겨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고,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과 해경 등이 수색에 나서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들 사건에서 범죄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짧은 기간 실종자들의 사망 소식이 잇따르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로 관련이 없는 사건들이 하나의 사건처럼 묶여 퍼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과장된 내용까지 더해지면서 ‘제주가 위험하다’는 식의 불안감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관광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개별 사건에 대한 논란이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되면 실제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을 성수기를 앞둔 상황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장기화할 경우 예약 취소와 신규 예약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언론 보도 이후 일부 제주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대규모 예약 취소 상황은 아니지만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가을 관광 시즌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전체가 위험하다는 식의 가짜뉴스 바로잡아야”
한편, 제주도는 최근 실종 사건을 둘러싸고 일부 언론과 SNS 등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나 과도하게 해석된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제주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는 콘텐츠의 확산을 자제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된 내용은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지난 27일 도청에서 열린 ‘안전한 제주 대책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회의’에서 “이번 실종 허위 종결 사건 이후 제주가 다른 지역보다 위험하다는 식의 가짜뉴스와 유언비어가 확산하는 것 또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과 필요한 정보는 신속하게 알리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제주의 안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대변인실을 중심으로 전담 대응 체계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제주도는 경찰·자치경찰·소방·민간단체 등과 함께 실종 및 위기 사건 대응체계를 다시 점검하는 한편 폐쇄회로(CC)TV와 인공지능(AI) 관제 등 예방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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