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호조와 대규모 국내 투자에 힘입어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반도체 기업의 국내 투자 확대가 원화 수요를 늘려 원화 가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IIF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까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원화 추가 강세 가능성을 제시했다.
IIF는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확대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 엔화 약세 동조 현상과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확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등을 꼽았다. 일본과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경제 특성상 엔화 약세가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졌다. 올해 7월부터 원화가 엔화와 다른 방향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기존의 원·엔 동조화 흐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IIF가 핵심 변수로 지목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국내 반도체 투자 계획이다. 두 기업이 국내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에 보유한 수출 대금을 달러에서 원화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 환전이 본격화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서는 향후 원화 수요 확대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IIF는 분석했다.
원화 강세 흐름에는 한국은행의 선제적 통화정책 대응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통화위원회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를 연 3.00%로 높였다. 한은은 수출 호조와 내수 회복으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금융안정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 8월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안정됐지만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통화정책의 선제적 대응을 통해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28일 1372.5원까지 내려가며 1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완화와 외환 수급 여건 개선, 달러 약세 등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질지는 대외 변수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환 전문가는 “원화 강세 기조는 이어질 수 있지만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해외 투자 흐름에 따라 환율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