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동물 체험 농장을 다녀온 2세와 3세 어린이가 시가 독소 생성 대장균(STEC)에 감염돼 심각한 합병증을 겪은 사실이 알려졌다. 한 아이는 3주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고, 다른 아이는 영구적인 뇌 손상과 신장 기능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체험 농장 다녀온 2·3세 감염…한 명은 뇌 손상
영국 더선과 호주 9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보건 당국은 같은 동물 체험 농장을 방문한 어린이 2명에게서 STEC 감염과 관련한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이 발생해 조사하고 있다.
2세 남아 노아는 지난 5월 해당 농장을 방문한 뒤 구토와 설사 증상을 보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장염처럼 보였지만 이후 혈변이 나타나는 등 상태가 악화했고, STEC 감염에 따른 HUS 진단을 받았다. 신장 기능이 크게 떨어져 약 3주 동안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았으며 이 가운데 17일간 투석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회복한 상태다.
함께 감염된 3세 여아의 상태는 더 심각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 아이는 감염 이후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고 신장 기능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향후 신장 이식이 필요할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아의 어머니 브룩 스눅스는 9뉴스에 “처음에는 아들이 단순한 장염에 걸린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이 동물을 만진 뒤 손을 입에 가져가는 행동을 완전히 막기 어려운 만큼 체험시설에서 감염 위험을 보다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올해 STEC 감염이 169건 보고돼 지난해 같은 기간 144건보다 늘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진단·보고 체계 개선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멀쩡한 동물도 균 옮길 수 있어…5세 미만 특히 위험
STEC는 강력한 ‘시가 독소’를 만들어내는 대장균이다. 국내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의 원인균으로 관리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출혈성 대장균은 소가 주요 병원소지만 양과 염소, 돼지 등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균을 보유한 동물이 겉으로는 건강해 보일 수도 있어 동물 자체뿐 아니라 분변으로 오염된 주변 환경과 접촉할 때도 주의해야 한다.
감염되면 심한 복통과 설사, 혈변,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는 적혈구가 파괴되고 혈소판이 감소하면서 신장 기능까지 손상되는 HUS로 진행한다. 특히 5세 미만 어린이는 중증 합병증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과정에서 임의로 지사제나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항생제 사용은 장출혈성 대장균의 독소 분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고, 지사제 역시 HUS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대증치료를 하며 HUS로 진행하면 상태에 따라 수혈이나 투석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동물 만진 손으로 음식 먹지 말아야…비누로 30초 이상
빅토리아주 보건 당국은 두 어린이가 방문한 체험 농장을 대상으로 정확한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농장이 두 아이의 감염원이라고 최종 확인된 것은 아니다.
농장 측은 보건·안전 기준을 준수해왔다고 밝혔으며 사건 이후 감염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과 손 씻기 시설 등을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질병관리청도 동물을 만지거나 야외 활동을 한 뒤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씻도록 권고한다. 특히 어린이는 동물과 접촉한 손을 씻기 전 입이나 얼굴을 만지거나 음식을 먹지 않도록 보호자가 살펴야 한다.
음식을 통한 감염에도 주의해야 한다. 육류는 중심온도 75℃ 이상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히고, 생으로 먹는 채소는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거나 소독한 뒤 섭취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