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38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장중에는 1380원선을 터치하며 약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에 따른 달러 매도 물량에 역외의 강한 원화 강세 베팅과 커스터디 물량까지 겹치면서 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졌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92.60원)보다 6.1원 내린 138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7일(1380.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중에는 1380.3원까지 밀리며 지난해 9월 18일(1380.0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을 주도한 것은 역외를 중심으로 한 달러 매도세였다. 1400원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지면서 추가 하락을 노린 역외의 원화 강세 베팅이 한층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외에서 원화 강세 베팅이 강하게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도 달러 매도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두 반도체 기업의 주주환원 기대가 커지면서 관련 자금의 원화 환전 수요가 발생했고 이를 받는 커스터디(수탁) 물량까지 달러 매도로 유입된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강세가 일시적인 수급 요인을 넘어 펀더멘털 개선에 따라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남강 한국투자금융지주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나우캐스팅해보니 또 1%가 넘게 나온다”며 “이런 식의 성장세가 현실화되면 원·달러 환율도 올해 1300원대 초반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향후 성장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내년 명목 GDP를 250~300조 원 높일 것 같다”며 “이 금액을 실질로 변환하면 이들 기업만으로 내년 실질 GDP를 1.3%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단순한 외국인 주식자금 유입이나 일시적인 달러 매도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장률 개선과 기업실적 개선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취임한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도 원화 강세 심리에 힘을 보탰다. 권 부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 “환율이 안정된 것도 어느 정도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단기 플로우가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근본적으로 펀더멘털로는 하향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연속 인상, 이른바 ‘백투백’ 인상 가능성이 일부 원·달러 환율에 반영된 점도 눈에 띈다. 시장에서는 동결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지만 성장세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원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