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가 21일 이사회를 통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합쳐 최대 110조 원을 주주에게 환원하기로 확정한 것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급증한 구조적 이익을 주주들과 온전히 공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분석된다. 이번 결정은 현행 2024~2026년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의 성공적인 최종 결산이자 차기 주주 환원 정책의 윤곽을 시장에 처음 피력한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해 막대한 규모의 특별배당을 시작으로 내년과 내후년에는 연간 170조~180조 원대로 배당 규모가 팽창하며 삼성전자가 주주 환원에서도 ‘메가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 환원에 대한 근간은 ‘3년간 발생한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환원’이라는 원칙의 엄격한 이행이다.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3년간의 누적 FCF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환원 규모도 사상 최대치로 불어났다. 삼성전자는 앞서 2024년과 2025년에 걸쳐 총 19조 6000억 원의 정규 배당과 1조 3000억 원의 특별배당, 8조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행했다. 여기에 이날 발표한 90조~110조 원의 순수 주주 환원을 더하면 3개년 누적 주주 환원 규모는 총 120조~140조 원에 이르게 된다. 기존 최대 주주 환원 규모였던 2020년 20조 3000억 원과 비교하면 올 한 해만 무려 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다.
시장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구체적인 환원 방식이다. 대규모 재원의 상당 부분이 일반 주주들의 계좌로 직접 입금되는 현금 배당이어서 투자심리 개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당장 3분기에 정규 배당을 포함해 약 30조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1차로 시행한다. 이어 내년 1월 경영 실적이 최종 확정되면 60조~80조 원 규모의 잔여 재원을 추가 현금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방식으로 결정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의결된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역시 대규모 임직원 보상에 따른 시장 내 유통 주식 수 증가(오버행) 부담을 선제적으로 차단해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정교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이미 올해의 대규모 배당을 넘어 차기 3개년 주주 환원 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향후 현금 창출력의 단위가 다시 한 번 격상되기 때문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FCF 전망치는 올해 추정치보다 크게 뛴 376조 1985억 원이며 2028년 역시 343조 5223억 원으로 추산된다. 2027년과 2028년 2년 동안 벌어들이는 합산 FCF만 719조 7208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향후 새롭게 정립할 차기 주주 환원 정책에서도 기존의 ‘FCF 50% 환원’ 기조를 유지한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산술적인 환원 재원은 내년에 약 188조 1000억 원, 2028년 약 171조 8000억 원으로 껑충 뛴다. 매년 170조~180조 원 규모의 막대한 자본이 주주 환원에 투입되는 구조가 안착하는 셈이다.
회사의 이 같은 파격적 행보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주주 친화 경쟁과도 궤를 같이한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최근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주주 환원 기준을 ‘FCF 50% 이상’으로 상향했고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등 주요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도 초과 현금의 적극적인 환원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뚝심 있는 현금 환원이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업의 실적 성장이 배당을 통해 주주 이익으로 직결된다는 확고한 신뢰를 시장에 정착시킴으로써 부동산 등 비금융 자산에 과도하게 쏠린 가계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고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강력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선순환 자금이 국내 증시 전체의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거시적 효과도 동반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