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8시 도쿄 시부야의 한 바. 도야마현에서 온 30대 여성 디자이너 사토 유키(가명) 씨는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1JPYC=1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 하이볼과 마른안주 3520엔어치를 주문하자 점원은 아이패드의 ‘미세페이’에 금액을 입력했다. 화면에 뜬 QR코드를 사토 씨가 개인용 웹3 지갑 ‘아바카스’로 읽었다.
이후 휴대폰에 결제액, 수취 주소, 이용 네트워크가 표시됐다. 승인 바를 손가락으로 밀자 JPYC가 고객 지갑에서 점포 지갑으로 옮겨졌고 점포 화면에도 매출이 찍혔다. 그는 “전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거래소로 가상화폐를 보낼 때보다 훨씬 빨랐다”고 말했다.
미세페이는 웹3 결제 기업 소와카재팬이 운영하는 매장용 JPYC 결제·관리 플랫폼이다. 점포가 별도 결제 단말기 없이 QR코드로 JPYC 결제를 받고 취소·환불과 거래 내역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7월 시부야 2곳, 나고야 1곳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음식점과 미용실·학원·마사지점 등 도입 문의를 한 곳만 100여 곳에 달한다. 마쓰다 와타루 소와카재팬 대표는 “가상화폐 결제는 오래전부터 가능했지만 일반인이 쓰기에는 어려웠다”며 “신뢰할 수 있는 JPYC가 나온 지금이 스테이블코인의 유통 시점”이라고 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수료와 정산이다. 카드 결제의 경우 일본에서 월 결제액이 100만 엔이면 점포가 내는 카드 수수료만 2만 5000엔 이상이다. 이익률 10%인 업종은 2.5% 수수료로 이익의 4분의 1이 줄어드는 셈이다. 미세페이의 결제 수수료, 도입비는 0엔이고 JPYC는 운영사를 거치지 않고 점포 지갑으로 바로 들어간다.
월 1회 JPYC를 엔화로 바꿀 때 드는 전송 가스비도 저비용 체인에서는 1엔 안팎에 불과하다. 마쓰다 대표는 “결제 수수료가 들지 않는 것이 스테이블코인의 장점”이라며 “가능한 한 0%를 유지하고 광고·판촉과 광고주의 가스비 대납 등으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생활 결제가 확대되려면 소비자의 JPYC 보유와 사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이용자는 가상화폐 거래나 웹3 지갑에 익숙한 층이 중심이다. 사토 씨 역시 주식·가상화폐 투자 경험이 있는 아바카스 이용자였다. 회사 측은 이들이 초기 수요를 만들고 가맹점과 JPYC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일반 소비자로 이용층이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기준 유통 중인 JPYC 규모는 약 27억 3000만 엔이다.
하루 전 찾은 도쿄 유라쿠정의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지보 빅카메라점도 4월 7일부터 오사카 센니치마에 본점과 함께 ‘해시포트월렛 포 비즈’로 JPYC를 받고 있다. 직원은 “JPYC 결제 고객은 일주일에 3~4명”이라며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결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와카재팬은 일본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 확보도 준비하고 있다. 아바카스는 개발 환경에서 한국어 지원 버전을 시험하고 있다. 한국의 가상화폐 보유자는 탈중앙화거래소에서 JPYC로 바꿀 수 있지만 초보자는 지갑 개설과 가상화폐 구매부터 거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