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객 사이에서 통신사 로밍보다 이심(eSIM)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저렴한 요금과 간편한 개통을 앞세운 이심 이용률은 1년 새 36%까지 오르며 통신사 로밍(34%)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1년 내 해외 방문 경험자 1497명을 대상으로 해외 체류 중 데이터와 음성통화 이용 행태를 분석한 ‘제43차 이동통신 기획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해외 체류 중 데이터 이용 방식은 해외 현지 이심 구입이 36%로 가장 많았다. 통신사 데이터 로밍이 34%로 뒤를 이었다. 이어 현지 유심 구입 16%, 와이파이 라우터(포켓 와이파이) 9%, 유료 데이터를 쓰지 않은 사람(무료 와이파이만 이용) 6% 등 순이었다.
특히 이심은 전년 동기 28%에서 8%포인트(p) 오르며 선두로 올라섰다. 통신사 로밍(32%→34%)은 2%p 상승에 그쳤고 현지 유심(20%→16%)과 와이파이 라우터(12%→9%) 이용은 줄었다.
이심 이용은 최근 세 차례 조사에서 꾸준히 이용률이 증가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 28%, 하반기 32%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53%)와 20대(50%)는 이심이 절반 수준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60대 이상(48%)과 50대(46%)에서는 통신사 로밍이 가장 높았다. 40대는 이심과 로밍이 나란히 35%로 집계됐다.
이심을 선택한 이유로는 ‘저렴한 요금’이라는 응답이 64%로 가장 많았다. 이외 ‘가격 대비 많은 데이터 용량’(43%), ‘간편한 신청·개통 절차’(41%) 등이 뒤를 이었다.
통신사 로밍을 선택한 고객들은 ‘국내 통화·문자 이용 편의성’(45%)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이용자 만족률에서도 이심이 79%로 가장 높았다. 현지 유심은 64%, 통신사 로밍과 와이파이 라우터는 각각 58% 수준에 그쳤다.
해외 방문자의 94%가 로밍, 유심, 이심, 포켓 와이파이 중 하나를 썼을 정도로 유료 데이터 이용은 보편적이었으나 음성통화를 사용하는 이들은 56%에 그쳤다. 전화를 걸고 받은 사람이 35%, 받기만 한 사람이 21%였다. 44%는 걸지도 받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음성통화를 한 경우에도 63%는 카카오톡·페이스타임·왓츠앱 등 데이터 기반 앱 통화를 이용해 통신사의 로밍 음성통화(36%)를 크게 앞섰다. 해외 방문자 전체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앱 통화는 약 35%, 로밍 음성통화는 약 20%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통신사들은 앱 기반 무료통화 서비스를 앞세워 고객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데이터 로밍 요금제 가입자가 ‘에이닷 전화’ 앱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이나 현지로 거는 전화와 수신 전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바로(baro) 통화’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지난달 AI 통화앱 익시오를 활용한 ‘익시오 로밍콜’을 내놨다.
다만 이심 수요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향후 1년 내 해외여행을 계획한 SK텔레콤 고객의 바로통화 이용 의향은 55%였지만 기존 이심 이용자는 38%로 낮았다. 바로통화 이용자의 로밍 만족률(65%)도 이심(79%)에 미치지 못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통신사가 선보인 앱 기반 무료통화가 로밍 고객 유지에 일부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이심으로 옮겨간 이용자를 되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한편 이심 이용은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조사에 따르면 미국 등 주요 11개국에서 해외 여행에 여행용 이심을 사용하는 비율은 5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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