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신청 기회를 놓친 의료비 환급금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6개월 간 신청되지 않은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3617억원에 달했으며, 이 중 소멸시효(3년)가 지나 환급받을 수 없게 된 금액만 378억원에 이르렀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비급여 제외)에서 개인이 부담한 본인부담금이 소득에 따라 정해진 연간 상한액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건강보험공단이 환급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상한액이 89만원인 저소득층이 1년간 의료비를 300만원 냈다면 21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문제는 환급 절차에 있다. 공단이 대상자에게 안내장을 보낸 후 수급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는데, 신청하지 않으면 3년 후 소멸시효로 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통상 매년 8월께 지난해 진료분에 대한 환급 대상자 공지가 나간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미지급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2021~2022년에는 각각 13억원, 17억원 수준이었으나, 2024년 1093억원, 2025년 171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6월 기준 224억원의 미지급금이 추가됐다. 총 미신청 건수는 42만 4727건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영구적 손실이다. 공단 집계 결과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5만 4002건이며 규모는 378억원이다. 2021년 157억원, 2022년 221억원이 영구히 환급받지 못했다. 2023년 이후분은 아직 소멸시효가 도달하지 않았으나, 현재 추세라면 향후 수년 내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절차상 허점을 지적한다. 현행 제도는 공단이 지급신청서를 보낸 후 대상자가 방문, 전화, 인터넷, 팩스, 우편 등으로 직접 신청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사회적 약자나 고령층이 이 과정을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특히 건강 문제로 입원·치료 중인 환자들은 환급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신청할 여력이 없을 수 있다.
한지아 의원은 “환급 대상자가 정당한 몫을 받을 수 있도록 공단이 주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안내 강화는 물론 자동 지급 등 신청 방식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공단도 안내문 재발송, 공단 앱 알림 기능 강화 등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비 부담 경감이 취지인 제도가 행정 공백으로 인한 국민 손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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