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가계대출이 또다시 4조 원 가까이 불어났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기조에도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의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주택담보대출 수요도 이어진 영향이다. 특히 이달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대기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해 요구불예금은 한 달 새 52조 원 넘게 감소했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월 30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78조 7869억 원으로 6월 말보다 3조 8261억 원 늘었다. 증가폭은 전달(4조 1478억 원)보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월 4조 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1.5%)를 유지하면서 일부 은행이 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주택 관련 대출은 전달에 이어 증가세를 이어갔다. 5대 은행의 7월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 전세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617조 4287억 원으로 한 달 새 2조 2831억 원 늘었다.
이는 집값 상승 기대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로 전월보다 7포인트 상승해 2021년 9월(12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올해 4월 104에서 △5월 112 △6월 120 △7월 127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5% 오르며 7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용대출도 한 달 새 1조 3780억 원 증가했다.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신용대출은 증시가 급락할 때 수요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이 이른바 ‘물타기’를 하거나 증거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 분석 결과 6~7월 코스피 하락일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폭은 상승일보다 4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함께 늘면서 주요 은행들은 7월에도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A은행과 B은행은 각각 수천억 원 규모의 초과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장선에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도 이달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시입출식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7월 30일 기준 669조 8635억 원으로 6월 말보다 52조 4293억 원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대표적인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반면 총수신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7월 30일 현재 974조 3490억 원으로 한 달 새 24조 9492억 원 증가했다.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예금금리 인상이 맞물리면서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유입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7월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급락 이후 반등을 기대하는 자금은 증시로 향했고, 반대로 변동성에 피로감을 느낀 고객들은 자산 일부를 안정적인 예금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MMDA는 기업 자금 비중이 높은데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데다 금리까지 오르면서 단기 운용자금 일부가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예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이날부터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등 14개 수신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인상했다. 대표 상품인 ‘하나의 정기예금’ 금리는 0.25%포인트 올렸고 적립식 예금도 가입 기간별로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앞서 KB국민·신한·우리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0.20~0.30%포인트 인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코드K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를 3.61%에서 3.71%로 0.10%포인트 올렸고, 이벤트 참여 고객에게는 최대 연 5% 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3.4%에서 3.6%로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예금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의 매력이 커진 가운데 증시 변동성과 부동산 투자 심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자금 이동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함께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자산 배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