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자금을 잡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 대기 자금이 늘어난 데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수신 확보 경쟁도 치열해진 영향이다. 금리 매력이 높아진 가운데 언제든 자금을 꺼내 쓸 수 있는 ‘파킹통장’이 단기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은행들은 빅테크·유통 플랫폼과 연계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합산 요구불예금 잔액은 6월 말 기준 592조 5183억 원으로 600조 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6월 말(537조 3547억 원)과 비교하면 요구불예금 잔액이 약 1년 새 55조 1636억 원 증가했다.
요구불예금이 늘어난 배경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 증가와 금리 상승에 따른 현금성 자산 선호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자금을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유동성이 높은 계좌에 돈을 보관하는 수요가 커졌다”며 “또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은행권 수신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단기 대기 자금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권 파킹통장 경쟁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금리 혜택뿐 아니라 간편결제·쇼핑 등 일상 서비스와 결합한 상품을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최고 연 4.0% 금리의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을 선보였다. 최초 가입 후 모니모 앱을 이용할 경우 연 2.9%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계열사 자동이체와 마케팅 동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 혜택이 적용된다. 신세계와 제휴한 ‘쓱머니 KB통장’도 최고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쓱페이 결제 계좌 등록, 50만 원 이상 입금 이력 등 이용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금리 혜택은 두 상품 모두 200만 원 한도까지 적용돼 소액 여유 자금을 운용하려는 고객을 겨냥했다.
신한은행은 CJ올리브영과 협업한 ‘올리브영 SOL통장’으로 생활 밀착형 전략을 강화했다. 월 1회 이상 올리브영에서 5000원 이상 결제하면 최고 연 4%대 금리를 누릴 수 있다. 가입 고객에게는 최초 1회 올리브영 모바일상품권 1만 원권이 제공된다. 이후 1년간 매월 5000원권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올리브영 이용 빈도가 높은 고객에게 금리와 소비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빅테크 플랫폼과의 협업을 확대했다. ‘삼성월렛머니 우리 통장’은 최고 연 3.5% 금리를 제공한다. ‘Npay 머니 우리 통장’은 네이버페이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연 4.0% 금리를 적용한다. 삼성월렛머니 연결 유지나 네이버페이 머니 연결 등 서비스 이용 여부에 따라 추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모두 다 하나통장’을 통해 급여 이체와 증권 계좌 연계 거래 고객에게 최고 연 2.5%의 금리를 제공한다. NH농협은행은 연금 수급 고객을 겨냥한 ‘NH올원더풀행복통장’을 내놓았다. 연금 입금 실적, 첫 연금 수령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3.1%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에서 최고 5%대 고금리 파킹통장을 선보인 곳도 있다. SC제일은행 ‘스마트박스통장(최고 연 5.0%)’과 광주은행의 ‘매일이자Wa파킹통장(최고 연 5.1%)’이 대표적이다. 스마트박스통장은 첫 거래와 급여 연동 조건이 붙었다. 이자Wa파킹통장 우대금리는 광주은행에서 실시하는 이벤트 조건에 부합하거나 우대금리 쿠폰을 발급받아 조건을 충족할 때 제공된다.
저축은행에서는 최고 연 7.0% 금리의 파킹통장이 나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OK저축은행의 ‘OK짠테크통장Ⅱ’는 최고 연 7.0% 금리를 제공한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에서 결제 계좌 등록 시 우대금리를 지급한다.
대신저축은행의 ‘대신 더더더파킹’은 최고 연 6.0% 금리를 내세웠다.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모으기’와 다올저축은행의 ‘Fi 쌈짓돈Ⅲ 통장’ 또한 최고 연 5% 안팎의 금리를 제공하며 단기자금 확보 경쟁에 가세했다.
파킹통장은 최고금리만 볼 것이 아니라 우대 조건과 적용 한도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상품이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고 우대금리가 적용되는 금액도 제한되는 만큼 실제 적용 금리를 따져봐야 한다”며 “변동금리 상품이 대부분인 만큼 향후 시장금리 변화에 따른 금리 조정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