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하락한 날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 증가 폭이 상승일보다 4배 이상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급락을 틈탄 저가 매수와 파생상품 투자자의 추가 증거금 마련 등을 위해 단기 신용대출을 끌어 쓴 수요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7월 일별 마이너스통장 잔액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 하락일의 하루 평균 증가액은 약 101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수가 오른 날 평균 증가액인 223억 원과 비교하면 4.5배 수준이다.
증시 낙폭이 커질수록 마통 증가 규모도 확대됐다. 코스피가 하루 7% 이상 떨어진 4거래일의 경우 5대 은행 마통 잔액은 하루 평균 4483억 원 증가했다. 이달 13일 코스피가 8.95% 하락했을 때는 하루 만에 잔액이 5809억 원 늘었고, 지난달 8일 지수가 8.29% 떨어진 날에도 4719억 원 증가했다. 지난달 23일 코스피가 9.99% 급락한 뒤 이튿날까지 이틀 동안 늘어난 마통 잔액은 8215억 원에 달했다.
금융권에서는 급락장에서 주식을 추가 매수하려는 이른바 ‘물타기’ 수요와 파생상품 투자자의 마진콜 대응 자금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질 경우 추가 투자 자금을 마련하거나 증거금을 채우기 위해 단기 자금을 사용하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도 최근 증시 급락 시점과 카드론 이용 증가 흐름이 맞물리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전체 잔액도 빠르게 불고 있다. 5대 은행의 마통 잔액은 이달 20일 기준 44조 1293억 원으로, 4월 말 39조 6675억 원에서 두 달여 만에 4조 4618억 원 늘었다. 4월까지 39조 원대에 머물던 잔액은 5월 41조 원, 6월 43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이달 44조 원까지 증가했다.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기타 대출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은행들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도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기타 대출 잔액은 6월 말 기준 지난해 말보다 3조 4658억 원 증가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시한 연간 증가 목표액 합계 1조 924억 원의 3배를 넘어선 규모다.
한 은행 가계여신 담당자는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증가세도 가계대출 관리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며 “신규 대출 한도를 조정하는 등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쉽게 둔화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