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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夜~호…어둠이 내리면 도시는 더 뜨거워진다

21.07.2026 1분 읽기

한낮에 물놀이를 하던 관광객들이 해넘이 후 공연을 즐긴다. 무대의 막이 내리자 이들은 야간 경관을 감상하며 야시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의 여름밤을 붙잡기 위한 축제 경쟁에 나서고 있다. 록 페스티벌부터 물싸움·드론쇼까지 밤 콘텐츠를 촘촘히 엮어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21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달 외지인(해당 지역에 거주하지 않는 내국인)이 전국 여행지에서 쓴 관광 소비액(13조 1592억 원) 가운데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 사이에 결제된 비중이 33.6%(4조 4200억 원)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외국인 관광 소비액 1조 6358억 원 가운데 32.4%인 5302억 원이 야간에 결제됐다.

여행지에서 쓰는 돈의 약 3분의 1이 밤에 결제되는 셈이다. 지자체들이 축제의 중심 시간을 저녁 이후로 옮기고 공연이 끝난 뒤에도 즐길 수 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를 마련한 데 따른 것이다. 관광 소비액은 숙박·음식·쇼핑 등 관광 업종에서 발생한 신한카드 결제액을 기준으로 산출했다.

지역의 여름밤을 가장 먼저 달구는 것은 음악이다.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66팀이 무대에 오른다. 마지막 공연은 오후 10시 40분에야 끝난다. 정오 무렵 시작한 무대를 끝까지 즐기면 하루 대부분을 공연장에서 보내게 되는 일정이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티켓 구입 외에도 늦은 저녁 식사와 숙박, 공연 전후 쇼핑으로 지출을 이어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역대 최대인 16만 6000여 명이 펜타포트를 찾았고 인천시는 이들이 숙박·유흥·쇼핑 분야에서 약 836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보다 17% 늘어난 규모다.

물놀이 축제도 해가 진 뒤까지 열기를 이어간다. 대표적으로 보령머드축제가 이달 24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대천해수욕장에서 열린다. 한낮에는 머드 체험을, 야간에는 공연 및 드론쇼를 마련했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에는 타악 공연단이 조명과 음악에 맞춰 노을광장과 만남의광장 사이의 차 없는 거리를 행진하는 ‘머드나잇 퍼레이드’를 연다.

1956년 발표된 가요 ‘대전부르스’의 노랫말 ‘대전발 0시 50분’에서 이름을 딴 ‘대전 0시 축제’는 다음 달 7~17일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을 잇는 원도심에서 열린다. 8월 7~13일에는 주변 상권에서 사전 행사를 열고 14~17일에는 중앙로를 전면 통제해 본행사를 진행한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무대를 도심 한복판에 펼쳐 관람객의 저녁 식사와 쇼핑 수요를 주변 음식점과 상점으로 끌어들이려는 구상이다.

도시의 밤을 여행 상품으로 묶는 정부의 실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야간 콘텐츠와 경관, 숙박·교통 여건을 평가해 2022~2024년 부산·통영·강릉·전주·공주·대전·인천·진주·성주·여수 등 10곳을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은 최대 4년간 연 3억~7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아 야간 프로그램과 명소를 개발하고 이동 수단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부터 야간관광 특화도시에서 ‘대한민국 밤밤 페스타’를 열고 있다. 지역의 야경과 기존 공연·축제에 콘서트와 야외 도서관 등 프로그램을 더해 관광객이 밤까지 머물도록 하는 행사다. 밤밤 페스타를 처음 연 지난해 행사장에는 총 9만 2590명이 방문했다. 행사 개최 기간 지역 관광 흐름도 달라졌다. 행사가 열렸던 지난해 7~10월 10개 개최 지역의 야간 방문객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4%, 숙박 방문객은 8.3% 늘었다. 외국인이 이들 지역에서 쓴 카드 금액도 50.1% 증가한 197억여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밤밤 페스타 시즌2’는 17일 부산을 시작으로 10월까지 10개 도시에서 이어진다. 부산 영화의전당에는 빈백과 돗자리를 갖춘 야외 도서관이 들어섰고 수천 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촛불로 무대를 꾸민 ‘캔들라이트 콘서트’가 열렸다. 관람객들은 책을 읽거나 자리에 기대앉아 영화음악 등을 클래식 연주로 감상하며 여름밤을 보낼 수 있다.

관광객을 붙잡기 위한 축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입 예산도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도별 ‘지역축제 개최계획’에 따르면 전국 축제는 2023년 1129건에서 올해 1266건으로 12.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전체 예산은 4236억 원에서 5875억 원으로 38.7% 늘어났다. 축제 한 건당 평균 예산도 약 3억 7500만 원에서 4억 6400만 원으로 23.7% 확대됐다. 특히 단순히 축제 건수를 늘려 방문객 수를 많이 확보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과 지역 내 소비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관광 업계 전문가는 “야간 축제는 행사 시작 시간을 늦추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공연이 끝난 뒤 관광객의 발길이 음식점과 숙박 시설 등 지역 상권으로 이어지고 다시 찾을 이유까지 만들어야 체류형 관광 상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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