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우방국에 계엄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메시지 전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태효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구속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부동식 내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0일 김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권창영 2차종합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외무 공무원을 통해 미국 등 주요 우방국에 계엄의 정당성을 알린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당시 전달된 메시지에는 ‘이번 조치는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것이다’, ‘헌법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시위를 한 것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직후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김 전 차장을 통해 계엄 선포 배경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지난 4월 김 전 차장의 자택과 대학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왔다.
이번 의혹은 지난해 1월 정동영 현 통일부 장관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김 전 차장이 계엄 해제 직후 당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에게 전화해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망가뜨린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기 위해서 계엄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는 내용이다.
김 전 차장은 비상계엄 선포 약 1시간 뒤 골드버그 대사의 전화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같이 상황을 지켜보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차장은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실세로 평가받던 인사다. 윤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한 뒤 정부 출범 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맡아 한미일 협력 등 주요 외교안보 정책과 전략을 총괄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이재명 정부 출범 뒤에는 대학 교수로 복직해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특검팀이 김 전 차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 의혹을 둘러싼 수사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가안보실로부터 계엄 정당화 문건을 전달받은 국가정보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조태용 전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지시 여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은 오는 24일까지다. 다만 현재 국회에는 수사 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어,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특검 수사는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