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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과 빛이 만난 순간…새 시공간이 열린다

19.06.2026 1분 읽기

바흐의 무반주 ‘파르티타’가 울려 퍼지자 무대 위로 레이저 광선이 일제히 쏟아진다. 기존에 익숙하던 공연 무대가 아니라 새롭게 펼쳐지는 시공간으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관객은 눈으로 음악을 보고, 귀로 빛을 듣는 공감각적 경험을 하게 된다.

동시대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꾸준히 소개해 온 GS아트센터가 이달 30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GS아트센터의 제안으로 성사된 이번 공연은 연주자와 레퍼토리 중심의 기존 공연과는 달리 바이올린 한 대와 빛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는 무대다.

공연에 앞서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김치앤칩스의 엘리엇 우즈와 손미미는 “하나의 독립적이고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 공연을 만들고 싶다”며 “그 시간과 장소, 관객, 빛, 호흡, 공기 중을 떠도는 연기의 입자까지 모든 요소가 서로 얽히며 예기치 못한 감정들이 곳곳에서 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 이들은 빛을 적극 활용한다. 두 작가는 “비물질적인 빛은 오히려 무대를 구성하는 벽과 오브제의 물성을 더욱 선명하고 우아하게 드러낼 수 있다”며 “공간이 지닌 가변성과 음악의 변주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빛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치앤칩스는 빛과 공간, 기술을 매개로 독창적인 작업을 선보여 온 동시대 대표 미디어아트 듀오다. 디지털 예술을 전공한 손미미와 물리학을 공부한 엘리엇 우즈로 구성됐으며, ‘허공에 그리기’라는 개념 아래 빛과 재료가 만들어내는 대형 설치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들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 역시 본질적으로는 하나라고 말한다. 김치앤칩스는 “과학과 수학, 자연, 철학, 예술, 문화는 모두 세상을 이해하려는 서로 다른 언어일 뿐”이라며“한 사람은 기술과 과학에서, 다른 한 사람은 개념과 감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협업이 더욱 역동적이고 풍성해진다”고 덧붙였다.

양인모는 이날 스티브 라이히의 ‘바이올린 페이즈’,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줄리아 울프의 ‘LAD’를 연주한다. 라이히와 울프의 작품은 서정적인 선율보다 반복되는 음형과 소용돌이치는 음향 구조가 특징으로, 김치앤칩스의 빛 연출과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양인모는 파가니니(2015), 시벨리우스(2022) 국제 콩쿠르 우승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영국 대표 클래식 축제 ‘BBC프롬스’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최근에는 ‘현의 유전학’(2021) 앨범을 통해 에서 성악곡을 바이올린 듀오로 직접 재창작했고, 지난해에는 텔레만의 ‘12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환상곡’ 전곡을 연주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양인모는 다양한 질감의 소리를 들려주고, 김치앤칩스는 빛을 활용해 공간을 새롭게 구성한다. 그렇다고 흔히 볼 수 있는 레이저 쇼처럼 음악에 빛이 종속되는 방식은 아니다. 양인모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매체가 각자의 영역을 유지한 채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그럴 때 오히려 더욱 유기적이고 풍성한 경험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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