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점유율 52.3%, 매출도 절반 이상
박스오피스 상위 5편 중 4편 싹쓸이
‘왕사남’부터 ‘군체’까지 연타석 흥행
쇼박스(086980) 가 올해 극장가에서 관객 점유율 52.3%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단일 배급사 기준 과반 점유율을 넘어섰다. ‘만약에 우리’를 시작으로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군체’까지 잇달아 흥행작을 배출하며 시장 전반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전체 관객 수는 5363만8417명, 전체 매출액은 54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쇼박스는 관객 점유율 52.3%, 매출 기준 약 51%를 기록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단일 배급사가 관객 점유율 50%를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흥행 성공에 따라 쇼박스는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박스오피스 상위 5위 가운데 4개 작품이 쇼박스 라인업으로 채워졌다. 1위는 ‘왕사남’으로 1689만8674명을 동원했으며, 매출액은 약 1630억 원이다. 이 작품은 역대 박스오피스 기준 관객 수 2위, 매출액 기준 1위 기록이다.
칸이 주목한 ‘군체’도 흥행 2위
해외 언론 인터뷰 요청 쇄도
아시아 흥행 타고 개봉국 확대
2위 ‘군체’는 530만9632명, 매출액 약 560억 원이다. ‘군체’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124개국에서 선판매되는 등 관심을 모았다. 경쟁작 후보가 아니었음에도 ‘군체’는 영화제 내내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에 대한 해외 언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한국 영화 흥행 순위를 갈아치우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서는 2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싱가포르에서는 4위, 태국과 대만에서는 5위에 올랐다. 이처럼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흥행몰이를 하자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으로 개봉 지역이 확대됐다.
공포도 멜로도 통했다
‘살목지’ 한국 공포영화 흥행 1위 올라
‘만약에 우리’ 올해 유일 멜로 흥행작
3위 ‘살목지’는 324만342명, 매출액 약 333억 원, 4위 ‘프로젝트 헤일메리’(소니픽처스코리아)는 290만3134명, 매출액 약 329억 원이다. 5위 ‘만약에 우리’는 200만명대 관객을 기록하며 약 24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살목지’는 ‘장화, 홍련’(2003)을 제치고 역대 한국 공포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한국 공포영화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이 23년 만에 바뀐 것이다. 올해 멜로 영화 흥행작은 ‘만약에 우리’가 유일하다.
흥행 비결은 ‘좋은 이야기’
장르보다 시나리오 완성도에 집중
과감한 투자로 흥행작 잇달아 탄생
이처럼 박스오피스 상위 5위 가운데 4편이 쇼박스 라인업으로 채워지며 사실상 상위권 흥행 구조를 주도했다. 장르도 사극, 공포, 좀비물, 멜로 등 다양해 특정 장르 편중이 아닌 전방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쇼박스의 ‘흥행 대박’은 다양한 장르 라인업뿐 아니라 과감한 작품 선정과 투자 판단이 맞물린 결과라는 평가다. ‘왕사남’은 초기 타 배급사에서 개발 단계까지 진행됐다가 중단된 이후 제작사 온다웍스가 작품의 가능성을 재검토해 제작에 돌입한 프로젝트다. 이후 쇼박스가 시나리오 완성도를 높게 평가해 메인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최종 제작으로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관객층 세분화 전략 적중
연령별 수요 맞춘 장르 구성 주효
“좋은 이야기가 결국 흥행 만들었다”
작품별 관객층을 달리한 전략도 흥행 비결로 꼽힌다. ‘만약에 우리’는 2040세대 중심으로 관람이 이뤄졌고, ‘살목지’는 10~30대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한 공포물 마니아 수요가 흥행을 견인했다. 반면 ‘왕사남’은 가족 단위를 포함한 전 세대 관객이 고르게 분포하며 폭넓은 관람층을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연령대별 수요에 맞춘 작품 구성이 흥행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은 “사극, 공포, 멜로, 좀비물 등 한동안 극장가에서 보기 어려웠던 장르들이 관객에게 새롭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며 “각 장르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한 장르 전략을 전제로 한 접근이라기보다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선택된 결과”라며 “결국 좋은 이야기가 들어왔고 구성원들이 이를 알아본 것이 가장 커다란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공포 트렌드 읽고 ‘좋은 이야기’ 선택
괴담·장소성으로 젊은 관객 공략
조직 개편·시나리오 중심 투자 병행
특히 비주류 장르인 공포물 ‘살목지’의 흥행 배경과 관련해서는 장소 자체가 지닌 인지도와 괴담 기반 서사의 힘에 주목했다. 조수빈 홍보팀장은 “‘곤지암’ 사례처럼 공포 영화는 특정 장소가 가진 이미지와 인지도가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실제 ‘살목지’ 역시 제목 자체가 주는 괴담적 상상력이 젊은 관객층의 관심을 끄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공포 장르에서는 ‘백룸’처럼 도시 괴담이나 익명적 공포를 다룬 작품들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처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공포 코드와 맞물린 점도 흥행 요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쇼박스의 조직 구조 변화도 흥행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기능별로 잘게 나뉘어 있던 조직을 드라마와 영화 두 축으로 단순화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집중도가 높아지고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그러나 흥행에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작품은 없었다. 조 팀장은 “각 프로젝트 모두 시나리오 단계에서 작품 자체의 힘을 최우선 기준으로 판단했고,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다양한 장르가 시장에서 동시에 반응을 얻은 것”이라며 “시장 분석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결과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주춤한 사이 차기작도 준비
주요 배급사 부진 속 시장 주도
스릴러물 ‘폭설’, 디즈니+ ‘현혹’도 공개
업계에서는 CJ ENM(035760) , NEW(160550) ,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배급사들의 신작 공백이 이어진 가운데 쇼박스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장 중심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 ENM은 현재까지 상업 영화 개봉작은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30주년을 기념한 합작 프로젝트인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만을 선보였다. NEW는 설명절에 류승완 감독의 블록버스터 ‘휴민트’를 선보였지만 198만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인 400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도 ‘하트맨’ ‘와일드 씽’ 등을,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는 ‘프로젝트Y’ ‘영원’ 등을 개봉했지만 성적은 부진했다.
한편 쇼박스는 구교환이 주연을 맡은 스릴러 영화 ‘폭설’을 겨울 시즌에 개봉한다. 한재림 감독이 연출하고 수지·김선호가 출연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현혹’도 선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