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한 차례 더 동결하고 고시 기간을 기존 2주에서 4주로 늘리기로 했다. 중동 전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횡보하는 등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고가격제와 같은 정책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행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산업통상부는 2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고시했다. 제품별 최고가격을 동결하되 적용되는 기간을 2주에서 4주로 늘린 것이 핵심이다. 이에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은 6월 19일 0시까지 적용된다. 3월 27일 0시부로 설정된 가격이 12주 연속 유지되는 것이다.
정부가 최고가격 갱신 주기를 확대한 것은 중동 정세가 특별한 변화 없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2주 단위로 고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다만 특이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 주기와 관계없이 제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고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6일 배럴당 101달러, 13일 105.63달러, 20일 105.02달러로 게걸음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최고가격제가 완전히 종료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최근 호르무즈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국적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빠져나왔는데 그 배가 다시 들어갈 수도 있어야 안정적인 상황이라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국제 석유 시장에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야 최고가격제가 종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제가 석 달간 이어지게 되면서 정유사에 정산해야 할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유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넘기는 등 정유사의 원가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매주 수천억 원 수준의 손실이 꾸준히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 최고가격제 손실 보상 비용은 4조 2000억 원이다.
IMF 역시 최고가격제와 같은 정책 수단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에르 올리비에 구린차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IMF 홈페이지에 게시한 글에서 “중동 전쟁 발발 이후 많은 국가들이 대응 정책으로 펼친 에너지세 인하, 최고가격제, 보조금 등의 정책은 시장가격 결정 기능을 악화시키고 대체로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며 “또 한번 시행하면 종료하기 어렵고 정유 업계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공급 부족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달 말 종료할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를 7월 말까지 두 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최고가격제가 6월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정부가 고시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에 유류세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제도 시행 중에는 유류세 탄력세율을 변경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현재 적용 중인 유류세 인하 폭은 휘발유 15%, 경유 25%다. 이에 따라 휘발유와 경유에는 각각 ℓ당 698원, 436원의 유류세가 붙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