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섬을 연결하는 소형 항공사 취항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마을버스가 교통 사각지대를 해소하듯 교통 소외지역 주민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습니다.”
최용덕 섬에어 대표는 20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역항공망 구축이 지방 소멸을 막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비행기 조종사 면허를 보유한 국내 첫 파일럿 출신 항공사 최고경영자(CEO)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와 바클레이즈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채권자본시장 업무를 담당하던 그는 취미로 즐기던 비행을 직업으로 선택했다. 2017년 신생저비용항공사( LCC) 에어로케이에 입사해 부기장으로 근무하던 중 근거리 항공 노선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섬에어 설립으로 이어졌다. 그는 “사천공항에 정기편이 없어서 공항 이용객들이 리무진 버스를 타고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을 목격하고 창업하게 됐다”며 “울릉공항과 흑산공항 등 도서 공항이 생겨나고, 소형 항공사의 국내선 좌석 규제까지 완화될 경우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섬에어는 이동이 어려운 소외 지역 간 연결을 목표로 2022년 11월 설립한 지역항공 모빌리티(RAM) 항공사다. 프랑스 에이티알(ATR)사의 소형 항공기인 72-600기종으로 대형 항공사(FSC)와 LCC가 닿지 않는 단거리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올 3월 말 김포~사천 정기노선 운항을 시작한 최 대표는 취항 한 달 성과에 대해 “항공사들이 중동전쟁으로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도 첫 달 평균 탑승률 60%라는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항공사들이 경제성 문제로 취항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노선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섬에어는 김포~사천을 시작으로 올해 김포~울산과 국제선인 김포~대마도 노선에 이어 내년엔 지방발 노선인 울산~제주, 사천~제주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이다. 정기노선에 투입될 항공기도 현재 1대에서 올해 연말까지 3대, 내년 5대까지 늘어난다. 내년 말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을 시작으로 백령도와 흑산도 등 도서 지역에 정기편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는 “소형 항공기는 1200m 길이의 활주로만 깔려 있다면 자유롭게 이·착륙이 가능하다”며 “중대형 항공기가 이용하지 못하는 일반 활주로 50여개를 활용하면 미국처럼 터미널 없이도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미니공항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소형 항공사는 경제성이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내년부터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기존 항공유를 대체할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혼합하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이 기회라는 설명이다.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가격 차가 줄어든 상황이다. 또 탄소배출을 감축한 크레딧을 받을 수 있어 온실가스 배출 부담금을 줄일 수 있다. 최 대표는 “72-600기종은 일반 항공기 대비 연료 효율이 40% 이상 높고, 기계적으로 친환경 항공유 혼합이 50%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며 “원유 수급 압박을 줄이고, 친환경적이면서 탄소배출권 거래도 가능한 일석삼조 효과를 누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형 항공사의 노선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교통 소외지역 주민을 위해 공익차원에서 소형 항공기 노선이 필수 교통수단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대표는 “일본의 경우 소형 항공기가 50여 대에 달할 정도로 지역 항공망이 잘 발달해 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공항을 직접 경영할 수 있고, 소형 항공사 주주로 참여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부 노선은 지방 활성화를 차원에서 공익노선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CEO가 아닌 항공기 조종사로서 역할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내년에 추가로 들여올 72-600 항공기를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직접 몰고 오는 3~4일 일정의 페리비행에 나선다. 최 대표는 “고객들에게 생소한 터보프롭 소형 항공기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상업 운항 전 직접 비행에 나설 계획”이라며 “많은 분들이 전 좌석 지상 조망이 가능한 소형 항공기를 타고 ‘프멍(프로펠러를 바라보면서 멍때리기)’을 경험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