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배우 각자가 지닌 고유의 리듬과 에너지를 살리되 서로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니까요.”
국립극장 연극 ‘당신 좋을 대로’의 박지혜 연출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연출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좋으실 대로(As You Like It)’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장애·비장애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오르는 무장애 연극이다. 한글 자막과 음성 해설, 수어 통역 등을 제공해 누구나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장애인 배우가 출연하는 공연은 진지한 메시지나 공익적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착한 연극’이 많았다. 이를 두고 박 연출은 “배리어프리 공연에서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주로 다뤄왔다”며 “장애인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작품은 이래야 한다는 편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비극성과 희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며 “배우들과 무대에서 자유롭게 함께 놀고 싶어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장은 매년 무장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틴에이지 딕’ ‘맥베스’ ‘헌치백’ 등 비교적 묵직한 정극을 무대에 올렸다면, 이번에는 밝고 경쾌한 희극으로 방향을 틀었다.
작품은 7명의 장애·비장애 배우로 구성된 유랑극단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재구성됐다. 원작에는 없는 내레이터가 등장하고, 배우들이 여러 역할을 오가며 맡는다. 덕분에 극은 한층 속도감 있고 유쾌하게 전개된다.
주인공 올랜도 역은 장애인 배우 최초로 2023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은 하지성이 맡았다. 그는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인데 제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계속 배우고 연기를 보완하고 싶다. 배우로서 욕심이 끝이 없다”고 말했다.
부모가 모두 청각장애인인 장혜진 배우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저신장 장애를 지닌 김범진 배우, 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임지윤 배우, 시각장애인 배우 이성수, 청각장애인 배우 지혜연 등이 함께 출연한다.
무대에는 전문 수어 통역사 4명도 오른다. 배우 옆에서 대사를 수어로 전달하며 극의 흐름에 함께 참여한다. 김홍남 수어 통역사는 “단순히 말을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정을 살려 표현한다”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춰 밀도 있게 전달하는 점이 일반 통역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