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절반 가량은 지방 교육자치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방 교육자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이들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했다. 6·3 지방선거에 맞춰 치러지는 시·도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꼭 직선제를 고집해야 하냐’는 물음표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전국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교육자치가 지역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실천하는 데 기여하고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13.1%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33.2%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절반 가량이 지방교육자치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특히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직전연도(6.3%)의 갑절을 넘어서 지방교육자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반면 지방교육자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매우 그렇다(1.0%)’나 ‘그렇다(9.3%)’고 응답한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지방교육자치의 효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지방교육자치의 수장이 각 시·도별 교육감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할론과 선출 방식에 대한 논란 또한 커지는 모습이다. 교육감을 지금과 같이 직접선거로 선출한 역사는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교육감 선출은 건국 후 대통령이 직접 임용하던 방식에서 1991년 지방자치가 실시되자 교육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교원단체 등의 간선방식 형태로 15년 가량 운영됐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개정이 이뤄지자 2007년 부산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사상 첫 교육감 직접투표가 시행됐으며 2010년 전국동시 지방선거부터 모든 시도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전면 시행됐다.
다만 교육감 선거에 대해서는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이 20년 동안 꾸준하다. 실제 교육감 선거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만 어느 정도 관심이 있을 뿐 대부분 국민에게는 시·도지사 선거 대비 주목을 끌지 못한다. 2022년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복수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거나 아예 기표를 하지 않은 ‘무효표’만 전체 투표수의 4% 가량인 90만표 이상 나왔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한다.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 투표의 무효표 수와 비교하면 관련 표 수가 3배 가까이 많다.
교육 의제보다는 보수냐 진보냐에 따른 이념 프레임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금지돼 있지만 실제로는 진보·보수간 진영싸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보 개인의 교육 철학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다.
교육감 선거 기표 방식은 이 같은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는 가로형으로 제작되며 ‘교호 순번제’에 따라 후보자의 이름 순서를 선거구마다 제각각으로 배치해 후보가 어느 칸에 자리하느냐에 따른 유불리를 없앴다.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에 기호나 정당 이름이 없어 해당 이슈에 관심이 없는 유권자는 앞쪽에 배치된 후보의 이름을 찍고 나오는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취해진 조치다.
이 때문에 각 교육감 후보들은 ‘돈풀기’ 등 눈에 띄는 공약을 통해 본인 인지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 교육감 선거의 경우 진보진영 정근식 후보는 만 3~5세의 교육비 지원을 비롯해 △1교실 2교사제 도입 △초중고 대중교통비 지원 △현장체험학습비 전액 지원 등 ‘무상교육 강화’에 기반한 공약 알리기에 애쓰고 있다. 서울 교육감 보수 진영 윤호상 후보는 1학년때부터 초등 영어교육 시작을 비롯해 △우수 사교육 연계 △공립형 학원 도입 및 과외 플랫폼 구축 △야간·공휴일 거점 돌봄센터 운영 등 ‘학업역량 증진’을 핵심으로 한 공약 홍보를 하고 있다.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는 안민석 후보가 도내 중1 학생들에게 100만원 씩을 지원하겠다며 ‘씨앗펀드’ 공약을 내세웠다. 재선에 도전 중인 임태희 경기교육감 후보 또한 선심성 공약이 눈에 띈다. 임 후보는 재임 당시인 지난해 372억원의 예산을 배정해 고3 학생에게 운전면허증 취득비를 지원했으며 재선에 성공할 경우 이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역대 최고인 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국민들이 효용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교육자치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올해 교육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인 70조6338억원, 교육세분 1조349억원, 올 상반기 추경에 따른 자동 배정액 4조7693억원 등 총 76조438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발 법인세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2차·3차 추경을 단행할 수 있어 올해 교육교부금 예산은 8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