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망 위기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온 범부처 통합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EWS) 전산화 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 화재 여파로 구축 작업이 멈추면서 당초 올해 하반기로 잡았던 정식 운영 계획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범부처 통합 공급망 EWS 전산화 시스템은 올해 정식 운영에 들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당초에는 올해 하반기 전산화 시스템을 정식으로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구축 작업이 중단됐다”며 “이달부터 작업이 다시 시작된 만큼 올해는 정식 운영이 아니라 연내 시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EWS는 2021년 11월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중국의 요소 수출 검사 강화로 차량용 요소수 품귀와 물류대란 우려가 확산되자 정부는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 EWS는 부처별 수기 점검과 정보 공유에 의존해 실시간 분석과 보안 기능에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범부처 통합 전산망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7월에는 공급망 19개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착수보고회를 열고 2025년 말 시범 운영과 2026년 초 정식 운영 계획을 제시했다.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재경부의 2026년도 성과 관리 시행 계획에는 4분기 추진 계획으로 ‘범부처 통합 공급망 EWS 전산화 시스템 연내 시범 운영’이 명시됐다. 올해 초 정식 운영에서 올해 말 시범 운영으로 목표가 조정된 셈이다.
예산은 지난해 시스템 구축비가 반영된 뒤 올해 유지·관리 단계에 들어서며 지난해 18억 7400만 원에서 올해 4억 9200만 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공급망 리스크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동 전쟁 여파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진 데다 중국의 희토류·텅스텐 등 핵심 광물 수출통제와 주요국 관세정책 변화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관리는 국가 경제안보 현안으로 부상했다. 품목별 이상 징후를 제때 포착하지 못하면 초기 대응이 늦어지고 작은 수급 차질도 산업 전반의 생산비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공급망 위험은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상시 관리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수출규제·코로나19·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기술통제 등을 거치며 공급망 위험 수준이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 잔존·누적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매월 수입 품목의 20~25%에서 신규 위험이 발생하고 있어 특정 품목의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전산화 체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전산화 지연은 단순한 시스템 구축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대응 시차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존 EWS가 부처별 수기 점검과 정보 공유에 의존할 경우 특정 국가의 수출통제나 물류 차질이 발생해도 품목별 영향도와 대체 수입선 검토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중간재 수급 불안이 길어지면 기업은 재고 확보와 우회 조달 비용을 떠안게 되고 이는 결국 생산비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핵심 광물·에너지·중간재 가운데 한 품목만 막혀도 반도체·배터리·방산 등 전략산업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공급망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용 형태로 누적되고 추가 충격이 오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도 중동 리스크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에 그치지 않고 나프타·무수 암모니아 등 산업재 수급으로 번질 수 있다고 봤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원유·액화천연가스뿐 아니라 나프타·무수 암모니아 등 에너지 연계 산업재까지 포함한 조기 경보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