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인공지능(AI)을 제작 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금기시해서는 안 된다는 제언이 나왔다.
25일 웹툰 업계에 따르면 IP융복합산업협회는 전날 서울 종로구에서 ‘국내 웹툰 산업의 변화상과 콘텐츠 생태계 발전’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서범강 IP 융복합산업협회 회장,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의 주동근 작가가 참석했다.
서 회장은 “앞으로 모든 콘텐츠 산업은 융복합을 통해서 발전할 것”이라며 “이제 지식재산권(IP)은 더 이상 콘텐츠 산업 내부에서만 유통되는 저작권 대상이 아니라, 시장과 상호 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형되는 플랫폼형 자산”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가속화하는 요소가 AI”라며 “AI가 (IP와 만남으로써) IP의 확장 속도를 높이고 IP의 변주 가능성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 작가는 실제 웹툰 작업 환경에서 AI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소개했다. 주 작가는 “다른 작품을 표절하지 않고, 혹은 내가 웹툰에 쓰려는 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 주로 AI를 사용하고 있다”라며 “일주일 중 6일을 (웹툰) 작업해서 개인 생활이 없는데 저처럼 혼자서 작업하는 작가들에게는 AI가 절실한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조적 역할로 AI를 사용하면 1인 작가들도 생산성을 높여 대규모 스튜디오와 경쟁할 수 있는 ‘창작의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주 작가는 “AI가 (창작 과정에) 깊숙하게 들어오고, 이를 통해서 또 다른 창작물들이 쏟아질 것”이라면서도 “좋은 작품이 늘어나는 만큼 압도적인 숫자로 질 낮은 콘텐츠도 함께 쏟아질 수밖에 없어 결과물들이 어떤 수준으로 나오는지에 따라서 AI를 활용한 웹툰 시장의 발전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생성형 AI로 인한 웹툰의 품질 저하 문제는 독자의 선택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서 회장은 “하향 평준화된 작품이 무분별하게 나오는 건 기존에도 존재하던 문제점이기에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터너 부사장도 “블랙핑크의 마이크를 쓴다고 해서 그들처럼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듯이, 작품의 품질은 개인의 역량이 결정한다”며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건 AI 도입 여부가 아닌 독자들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창작 과정에 AI가 제대로 쓰이려면 창작자의 권리 보장과 기술에 대한 신뢰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서 회장은 “앞으로 AI가 해결해야 할 부분은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라며 “우리가 조금 더 믿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AI 활용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작가들이 구상하고 있는 아이디어를 더 빨리 현실화해 좋은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터너 부사장은 구글 딥마인드가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는 AI 워터마크 기술 ‘신스 ID’(Synth ID)을 예로 들며 창작 현장의 고민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AI 도구를 향한 신뢰를 구축해야만 AI의 힘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며 “구글의 기술에 현장의 우려들을 반영해서 좋은 창작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