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담당 경험 2년 이상, 의료장비 영업 경력이 있는 과장급, 연봉 7000만 원대 인재를 찾아줘.”
인사담당자가 인공지능(AI)에 자연어로 명령을 내리자 수백 건의 이력서 중 가장 적합한 후보자가 단 수초 만에 추려진다. 인사담당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채용 특화 ‘AI 에이전트’의 등장이 불러온 변화다.
국내 HR테크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앞으로의 채용 시장에서 AI 에이전트 활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나아가 채용 AI 에이전트 서비스 수준이 곧 업계 판도를 가를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람인 “초개인화 AI 비서, 채용공고부터 합격전략까지”
사람인이 올해 3월 ‘커리어 매칭 에이전트’를 내놨다. 이 서비스는 구직자를 위한 최적의 일자리부터 합격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초개인화 AI 비서다. 해당 서비스에 “마케팅, 신입, 연봉 4000만 원 이상, 서울 근무”라고 입력하자 AI가 의도를 파악해 공고 6개를 추천했다.
추천한 공고 중 한 곳에 지원하고 싶다고 입력하자 직무 매칭률·자격요건 충족도를 평가했다. 구직자의 강·약점 분석과 함께 “이력서에 퍼포먼스 마케팅 관련 구체적 경험이 없으므로 디지털 광고 캠페인 소재 기획 및 운영한 프로젝트를 강조하라”는 합격 전략을 제시했다.
사람인의 ‘커리어 매칭 에이전트’는 구직자의 취업 준비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처럼 일일이 검색 필터를 설정하고 반복해서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에이전트에 물으면 기업의 매출·손익·사원수 등 기업 정보와 개인화된 합격 전략도 제공받을 수 있다.
사람인은 기업 인사담당자를 위한 AI 에이전트도 준비 중이다. 인사담당자가 AI 에이전트에게 원하는 조건을 이야기하면 지원자 검색·공고 생성·전형 운영 등 채용 전 과정에서 AI가 도움을 준다. AI 에이전트가 이력서 검토를 거쳐 가장 적합한 구직자에게 자동으로 이직을 제안한다.
사람인 관계자는 “올해 출시를 목표로 인사담당자의 업무 편의성을 높일 기업용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연구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웍스피어 “알바생부터 임원까지, 수십년의 데이터 읽는다”
웍스피어는 올해 1월 창립 3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AI 기반 HR테크 그룹’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이런 전환의 중심에 AI 에이전트 전략이 있다. 구직자의 이력서에 담긴 텍스트 정보·행동 데이터·기업 데이터를 결합해 사람과 일의 맥락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웍스피어가 내세우는 강점은 ‘데이터’다. 알바몬과 잡코리아 데이터를 통합해 구직자 한 사람의 커리어를 하나의 맥락으로 만든다. 잡플래닛의 기업 리뷰·면접 후기 등 실제 경험 기반의 정성 데이터도 AI 매칭 엔진에 결합돼 있다.
웍스피어 관계자는 “지난 30년 동안 2400만 건 이상의 이력서와 채용공고, 수억 건의 지원 이력과 행동 로그를 축적했다”며 “사람이 어떻게 지원하고, 기업이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에 대한 맥락이 담긴 데이터라 범용 AI로 흉내낼 수 없는 깊이가 있다”고 말했다.
웍스피어는 이런 데이터를 활용해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탤런트 에이전트’는 인사담당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인재를 설명하면 AI가 맥락을 분석해 적합한 후보자를 추천하고 이유를 설명한다. 구직자를 위한 ‘커리어 에이전트’와 함께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웍스피어 관계자는 “구직자의 커리어 전 생애에 걸친 맥락을 이해하고 기업의 채용 상황과 조직문화까지 종합해 양방향 적합도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티드랩 “AX로 비즈니스 전반에 AI 에이전트 활용”
원티드랩은 지난해 10월 인사담당자를 위한 ‘채용 에이전트’를 출시했다. 인사담당자가 “리액트 경험 3년 이상, 타입스크립트 가능, 프론트엔드 개발자”처럼 자연어로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최적의 후보를 찾아준다. 빠르고 폭넓은 ‘기본 탐색’과 AI가 자기소개서·프로젝트 경험 등 정성적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급 탐색’이 있다.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원티드 에이전트’도 있다. 구직자의 포지션 탐색을 돕는 기능과 이력서 작성·면접 대비까지 돕는 기능이 있다. 후자는 합격 이력서 패턴을 분석해 경력 기술 방식·프로젝트 구성 등 8개 항목의 개선 포인트를 제안하는 점이 특징이다.
원티드랩은 한발 더 나가 기업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 ‘엔노이아’를 15일 내놓았다. 개발자들이 사용하던 ‘원티드 LaaS’를 마케팅·인사·영업 등 모든 직군이 쓸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전반에 AI 에이전트를 직접 구축하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엔노이아’는 원티드랩의 차세대 핵심 성장축이 될 전망이다. 채용 플랫폼으로 시작한 원티드랩은 인공지능 전환(AX) 사업을 미래먹거리로 삼았다. 올해 채용 사업과 AX 사업의 매출 비중을 1:1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기업 구성원을 위한 AI 교육과 실전 경험, 엔노이아를 통한 인프라 구축, 구성원 역량 관리까지 제공하는 ‘기업 AX 통합 지원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