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공연 기획사 라이브네이션이 미국 연방배심원단으로부터 독점 행위 평결을 받았다. 라이브네이션을 통한 글로벌 진출이 공식처럼 자리잡은 K팝 그룹의 월드투어 가격도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콘서트 공룡’ 향한 배심원단의 판단…“플라이휠=독점”
15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등 미국의 33개 주(州)와 워싱턴DC가 뉴욕남부지방법원에 라이브네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연방배심원단은 해당 기업이 연방 및 주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라이브네이션이 소유한 티켓 판매 플랫폼 티켓마스터가 티켓당 1.72달러를 과다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원고 측인 22개 주에서 판매된 각각 티켓에 1.72달러의 과다 청구가 인정될 경우 최대 7억 달러(약 1조 320억 원)의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티켓 판매의 80%를 차지하는 티켓마스터는 2010년 라이브네이션에 인수됐다. 티켓마스터의 인수는 ‘플라이휠(flywheel)’ 모델로 불리는 라이브 공연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6년 공연 프로모션 기업으로 시작한 라이브네이션은 대형 공연장을 하나둘씩 사들이며 사업을 확장해 공연장과 프로모션 분야에서 6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왔다. 이에 최대 티켓 판매사까지 가세하면서 아티스트 섭외부터 공연장 계약, 티켓 유통을 포괄하는 거대한 공연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공연계 안팎에서는 라이브네이션을 두고 독점 논란이 심심찮게 일어왔다. 이 같은 일이 중대한 사안으로 부상한 것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2022년 ‘에라스 투어’다. 강력한 소비 활성화로 인해 ‘테일러노믹스’라는 별명을 얻은 스위프트 공연의 사전 예매 당시 티켓마스터의 대규모 접속 장애가 도마에 올랐다.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은 콘서트 티켓 가격도 문제가 됐다. 공연 시장조사기관인 폴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티켓 가격은 132달러로, 2019년 대비 96.17달러 대비 38% 올랐다.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은 높은 티켓 가격의 원인 중 하나로 라이브네이션의 독점을 꼽기도 했다. 롤링스톤은 “업계 베테랑들은 다이내믹 프라이싱(시장 상황에 따른 티켓 가격 조정 방식)과 암표 거래, 그리고 라이브네이션이라는 거대 기업이 북미 지역 61개 야외 공연장과 200개가 넘는 공연장에서 모든 수익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고 전했다. 티켓마스터가 공연 가격의 20% 이상 부과하는 수수료 또한 ‘티켓마스터 세금’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조 바이든 정부 시절인 2024년 미 법무부는 40개 주와 함께 라이브네이션이 ‘끼워팔기’와 과도한 수수료 부과 등 독점 지위를 남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미 법무부는 일부 주들과 함께 친(親)기업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지난달 라이브네이션과 합의하며 원고에서 빠졌다. 합의의 일환으로 라이브네이션은 야외공연장 독점 계약과 부수적인 티켓판매 수수료를 15%로 제한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상하기 위한 2억 8000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반면 뉴욕 등 다수의 주들은 합의가 라이브네이션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내려졌다며 소송을 계속 진행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토대로 최종 손해배상액을 결정한 뒤 구제책을 결정할 예정이다.
K팝에도 영향 미칠까…‘캐시카우’ 티켓마스터 분할은 쉽지 않을 듯
K팝 기획사들도 라이브네이션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했다. 2023년 JYP엔터테인먼트는 트와이스·스트레이키즈·잇지(ITZY)·엔믹스(NMIXX) 등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투어와 홍보에 대해 전략적인 홍보 계약을 맺었다. 라이브네이션은 올해 방탄소년단(BTS)의 정규 5집 ‘아리랑’ 월드투어의 프로모션과 티켓 판매도 맡았다. K팝 기획사들이 아티스트의 지식재산(IP)을 관리하고 라이브네이션이 풍부한 월드투어 경험을 토대로 홍보와 스폰서십까지 관리하는 분담 체계가 자리잡은 것이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소비자들이 K팝 월드투어 공연에서 지불해야 할 티켓 비용이 저렴해질 가능성도 있다. 또 K팝 기획사 또한 라이브네이션의 영향을 벗어나 다른 프로모션 업체들을 물색하면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점만 예상되는 것은 아니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던 라이브네이션의 ‘플라이휠’이 해체될 경우 K팝 기획사는 각 분야의 현지 업체들과 일일이 개별 협상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관건으로 꼽히는 티켓마스터 분할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NYT는 담당 판사인 아룬 수브라마니안 판사가 티켓마스터의 분할을 명령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이처럼 강력한 조치는 드물다”며 “40여 년 전 통신 기업 AT&T 이후로 반독점 소송에서 미국 주요 기업이 성공적으로 분할된 사례는 없다”고 짚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분석에 따르면 티켓마스터의 기업 가치는 114억~137억 달러에 달해 그룹 내 최대 이익 기여자로 평가됐다. 반면 콘서트 부문은 2026년 전체 매출의 80%를 책임지면서도, 조정 영업이익(AOI) 기여도는 3분의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라이브네이션도 티켓마스터 분할에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라이브네이션이 정부의 명령을 수 차례 어긴 전력이 있어 강력한 조치를 예측하는 목소리도 많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판사가 기업 분할과 같은 구조적 구제책을 명령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라이브네이션은 상습적으로 명령을 위반했다”면서 “기업 분할이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반경쟁적 행위를 막기 위해 판사의 명령은 매우 강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