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전면 개편된 규제합리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서로 ‘차르(Czar)’를 주거니 받거니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차르는 러시아나 슬라브권에서 절대군주를 지칭하는 용어다. 규제특례와 정책 지원이 결합된 강력한 ‘규제 합리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대통령과 장관이 번갈아 가며 강조한 셈이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지역 분과 소속 정상훈 위원은 메가특구 추진과 관련해 “속도와 조정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든다”며 “메가특구 차르 같은 걸 도입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든다”고 제안했다.
그동안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내세웠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부처 간 조정과 의사 결정을 일괄적으로 책임질 강력한 제도와 시스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에서도 금융위기나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에너지 차르’ ‘코로나 차르’ 등 신속한 정책 결정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둔 바 있다.
정 위원의 제안에 이 대통령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는 “우리 스타일”이라며 웃음을 섞어 맞장구를 쳤고 이어 “진짜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제도 도입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위원회는 직접 집행 권한이 없어 제안이나 의제를 만들어도 이때까지 안 하면 할 수 없고 식으로 넘어갔다”며 “시스템을 만들어서 시행할 것과 못하는 것을 꼭 피드백을 해야 하고 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이 나면 청와대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진 ‘로봇 메가특구 추진 방안’ 보고에서 김 장관도 “정 위원의 ‘메가특구 차르’라는 말이 가슴에 꽂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앞에 (언급된) 규제 내용, 지원 이런 걸 보면 누군가 차르 같은 사람이 있어서 한번 (총괄을) 했으면 하는 생각인데 대통령님께서 좀 부탁하시면은”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차르 제도 현실화에 힘을 싣자 김 장관은 “국무조정실과 같이 한번 만들어보는 방안을 도입해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특히 한다면 로봇 메가특구는 제가 한번 차르가 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여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만 이 대통령은 “차르 제도를 전면 도입해서 실제로 좀 활용했으면 좋겠는데 문제는 무슨 제도를 만들면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고심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결국 민주적 통제를 잘해야 된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권한의 크기만큼 책임을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도 고민을 좀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며 “세상에는 김 장관 같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선량한데 속은 시커매가지고 대형 사고를 쳐버리는 경우를 우리가 가끔씩 경험하지 않느냐”고 책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네거티브 규제 전환에 대해서도 부작용 가능성을 경계했다. 그는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기 위해 규제를 국제표준에 맞추고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나도 말은 해놓고 ‘사고 나면 어쩌지’ 엄청 불안하다”고 했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현장을) 믿어야겠다. 대신 문제가 생기면 금지를 하든 통제를 하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출신 박용진 전 의원과 보수 진영 브레인으로 지칭됐던 이병태 전 KAIST 명예교수, 삼성전자 출신의 남궁범 전 에스원 대표이사 등 부위원장 3명에 대해 이 대통령은 “부위원장들이 완전히 다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싸우고 멱살을 잡아도 헤어지지 말고 균형을 이루자. 규제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