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가계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자동차 담보대출을 썼다가 채무 조정을 받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국과 이란 전쟁 전후로 물가 상승 우려에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서민경제가 더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채무 조정 확정자 가운데 자동차 담보대출 차주는 128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규모인 2185명의 58.8%로 60%에 육박한다. 이대로라면 상반기 내에 지난해 총인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신복위 관계자는 “자동차 담보대출 채무 조정은 신청 시기가 연말연초 등 특정 시점에 몰리는 계절성을 보이지는 않는다”며 “올 들어 자동차 담보대출 채무 조정이 급증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액으로 보면 증가 폭이 더 크다. 올 1분기 채무 조정 확정 차주들의 자동차 담보대출 원금은 410억 3300만 원으로 지난해 597억 원의 68.8%를 기록했다.
자동차 담보대출 채무 조정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61명(원금 4억 8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새출발기금 시행으로 소상공인이 보유한 자동차 담보대출 채무 조정이 늘면서 2023년 465명(103억 원), 2024년 850명(190억 원), 2025년 2185명(597억 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악화된 서민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캐피털사가 주로 취급하는 자동차 담보대출은 저신용 차주가 2금융권에서 마지막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담보 가치에 더해 개인 신용점수에 기반한 신용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의 상품도 많아 자동차 담보대출을 통해 ‘한도 내 영끌 대출’을 받아가는 사례 또한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100% 이내로 막은 ‘6·27 대책’ 시행 뒤 규제 사각지대였던 자동차 담보대출 수요가 몰렸던 상황도 최근 채무 조정 증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담보대출은 한계치에 다다른 차주들의 이용 빈도가 높은 상품”이라며 “한도가 500만 원인 소액 대출과 달리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점 역시 고객들이 찾는 이유”라고 전했다.
포클레인과 덤프트럭 등을 담보로 빌린 돈을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설기계 사업자도 늘고 있다. 신복위가 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 채무 조정 확정자 중 건설기계(포클레인·덤프트럭·롤러 등) 담보대출 차주의 채무 조정 전 원금은 10억 5600만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24억 원)의 절반 수준을 1분기 만에 돌파한 셈이다. 대형 캐피털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건설 장비 담보대출 수요가 증가하는 양상”이라며 “건설 경기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크게 올라 당분간 경영 애로가 가중되면서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둔화와 시장금리 상승에 한계 차주가 늘고 있다는 신호는 더 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캐피털사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각각 3.0%, 3.3% 수준으로 집계됐다. 몇 년째 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중동의 지정학 불안으로 물가와 대출금리 전반이 오르는 상황에서 서민금융의 현실을 면밀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시장금리 상승 추세 속 한계차주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취약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에 내몰리지 않도록 정책 지원 체계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