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은 절기상 ‘우수(雨水)’다. 24절기 가운데 두 번째로,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얼음이 풀려 물이 흐르기 시작하는 시기다.
예로부터 농경사회에서는 논밭을 갈 준비를 하는 신호로 여겼고, 강과 들의 변화에서 한 해의 기운을 읽었다.
겨울의 매서움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공기 속에는 분명히 다른 결의 습기가 감돈다.
이 미묘한 변화를 가장 먼저 감각하는 방식 중 하나가 차(茶)다.
우수 무렵 즐겨 찾는 매화차는 추위를 견디고 핀 꽃을 말려 우려낸다.
뜨거운 물을 붓자 마른 꽃잎이 서서히 펴지며 은은한 향을 낸다.
한의학에서는 매화가 기혈 순환을 돕고 답답한 기운을 풀어준다고 전해진다. 겨울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가볍게 환기하는 데 제격이다.
초봄의 어린 쑥을 덖어 만든 쑥차도 이 시기의 대표적인 차다.
쑥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예로부터 식용과 약용으로 널리 쓰였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 뒤에 남는 은은한 단맛은 입안을 정리하며 계절의 전환을 실감하게 한다.
제철 식재료를 중시하는 최근의 식문화 흐름 속에서 쑥차는 ‘계절성’과 ‘로컬리티’를 상징하는 음료로 재조명되고 있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이지만, 그 기다림은 의외로 깊다.
물의 온도를 맞추고, 향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한 모금 넘기는 과정은 분주한 일상에 쉼표를 찍는다.
디지털 기기에서 잠시 눈을 떼고 감각에 집중하는 행위 자체가 작은 의식이 된다.
우수는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미세한 전환의 시작이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듯, 우리의 몸과 감각도 서서히 풀려난다.
찻잔 위에 번지는 향은 계절의 신호이자, 새로운 봄을 받아들이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