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의 황금빛이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서울 삼성동 마이아트뮤지엄은 지난 12월 19일부터 2026년 3월 22일까지 ‘클림트와 리치오디의 기적’전을 진행 중이다.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한 점의 그림이 사라졌다가 돌아온 ‘사건’과 복원의 서사를 전면에 세운 기획이다.
이번 전시의 얼굴은 오스트리아 거장 구스타프 클림트의 ‘여인의 초상(Portrait of a Lady)’이다.
이 작품은 1997년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에서 도난당한 뒤 22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2019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술관 외벽의 담쟁이덩굴 뒤 비밀 공간에서 검은 비닐봉지에 싸인 채 발견됐다.
세계 미술계는 이를 두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명했다.
이번 전시는 '여인의 초상'이 이탈리아 밖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다.
또한, 이 작품은 ‘이중 초상’의 비밀을 품고 있다.
1996년 한 미술학도의 문제 제기와 X선 검사 결과, 현재의 초상 아래에 클림트가 1912년에 그린 또 다른 여성 초상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랑했던 여인을 잃은 뒤 그 위에 덧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은, 화려한 장식성 뒤편에 깔린 작가의 은밀한 감정을 읽게 한다.
전시는 ‘클림트 한 점’ 뿐 아니라 리치오디 현대미술관이 소장한 70여 점의 이탈리아 근대 회화를 함께 선보인다.
법학자이자 수집가였던 주세페 리치오디가 모은 컬렉션으로, 안토니오 만치니, 도메니코 모렐리 등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이탈리아 미술의 흐름을 이끈 작가들의 인물화·풍경화가 포함됐다.
클림트의 이름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마키아이올리(Macchiaioli) 학파와 상징주의 회화의 결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관람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여인의 초상’의 도난과 귀환의 서사, 그리고 캔버스 아래 숨은 또 하나의 얼굴을 만나는 즐거움.
둘째, 이탈리아 근대 미술 70여 점이 보여주는 ‘빛의 실험’과 회화적 의미의 재발견.
셋째, 비엔나와 이탈리아의 카페 문화를 전시장 내부에 재현하고, 스타 도슨트 해설과 오디오 가이드를 결합한 공감각적 연출이다.
100년 전 유럽의 낭만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머무는' 것 같은 방식으로 확장된다.
클림트의 생명력, 그리고 이를 지켜낸 리치오디의 집념이 더해진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기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의미를 새롭게 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