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평군은 산이 많고 깊은 계곡이 많아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고장이다. 양평은 양지바른 곳에 형성되어 있는 들녘이 많다. 이 들녘에는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문전옥답으로 넓고 비옥한 땅을 보유하고 있는 고을이다. 화려한 산수가 많아 관광자원도 풍부한 고장이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걷기 좋은 길이 있다. 일명 양평 물소리 길이라고 한다. 양평 물소리 길은 총 9개 코스의 약 93km의 걷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양평 물소리 길은 경기 옛길과 평해길 그리고 양평 물끝길과 겹치는 구간도 있다. 양평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교통의 중심지다. 양평은 먹거리, 볼거리가 많은 화려한 자연 속에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고장이다. 양평에는 맛깔스러운 음식이 군침을 돌게 하는 먹거리가 있다. 양평을 원조로 하는 양평해장국이다. 이 해장국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예부터 양평은 강원도와 왕래가 많은 지역이다. 각종 농수산물이 남한강을 따라 한양으로 강원도로 가기 전에 중간 정착지였다고 한다.
양평 물소리 길 중 아직 답사하지 못한 구간이 있어 이 구간을 찾았다. 양평 물소리 길 4코스(양평역-원덕역)와 5코스(원덕역-용문역)18km다. 이 구간도 역시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을 따라 들녘을 지나고 야산 능선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이다. 쉬엄쉬엄 도란도란 편안하게 즐겁게 걸을 수 있는 낭만의 길이다. 이번 답사는 중앙경의선을 이용하여 용문역이 들머리다. 용문역은 용문산(1,157m)과 천년고찰 용문사의 관문으로 관광객이 늘 붐비는 역이다.
용문역사는 웅장하게 보인다. 용문역은 용마루가 전통 창호처럼 독특한 형식의 역사다. 일명 용문역사을 용궁이라고 한다. 1941년 중앙선의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하다가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었다. 1957년 복원된 역을 2009년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이 개통되면서 현재의 역사가 준공된 역이다. 용문역 부근에는 어수터널이 있고 어수물이 있다고 한다. 어수물은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9대 임금 성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두 임금은 행차 도중 목이 말라 용문에서 물을 마셨는데 이 물맛이 좋아 어수물이라고 한다. 마을 이름도 어수마을이라 부른다.
용문역은 한 겨울임에도 열차가 정차하니 역시 복잡하다. 용문은 면 단위치고는 제법 큰 소재지로 5일장이 열리는 큰 장도 있다. 용문에는 연수천이 흐른다. 이 하천은 용문산에서 발원하여 남으로 흐르다가 다문교 아래에서 흑천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다문교에서 원덕역까지 흑천을 따라 양평 물소리길 5코스를 걷기 시작한다. 마을과 하천, 산길과 들녘을 지나는 길이다. 다문교를 지나면 용문체육공원이 있다. 많은 사람이 테니스와 축구 등을 즐기고 있다. 5코스에는 약간의 눈이 쌓여 있어 조금은 미끄러운 길이다. 하천은 소리 없이 졸졸 흐르는데 물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양평 용문면을 가로질러 흐르는 흑천은 맑은 물이 흐르는데 일명 거무네라고도 부른단다. 이유는 1925년 큰 홍수로 인해 검은 흙탕물이 흘렀다 하여 흑천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겨울에도 흑천은 소리없이 흐르고 아름답다. 황금색의 갈대숲이 흐느적거리며 나뭇잎이 떨어진 앙상한 나무들도 정겹다. 흑천을 따라 크고 작은 마을들이 있다. 마을 입구나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견공들의 우렁차게 목청을 높인다. 어느 견공은 관심이 없는지 있는지 없는지 조용한 견공들도 있다.
흑천을 따라 걷는데 호텔 등으로 사용하였던 빌딩들이 비어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슴 아픈 현장 모습이다. 백산교를 지나니 물소리길 인증대가 있다. 지자체에서 조성한 모든 길에는 요소요소에 인증대가 있지만 관여치 않고 걷는 데만 집중한다. 흑천 건너에는 옛길 용문로가 있는데 양평대로가 열리면서 한적한 도로다. 몇 년 전에는 이 길로 다니다 보면 그리도 많은 교통체증이 있었던 길이었다. 흑천강 한 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커다란 농장이 있다. 겨울철이라 그런지 인적이 없다. 여름철 모습은 어떨지 모르지만 이도 경기 불황의 영향이라 생각된다.
흑천변에 있는 삼성교의 도착이다. 삼성교는 산간마을 삼성리 입구지만 제법 넓은 마을이다. 펜션과 민박 등의 시설들이 많은 마을이다. 겨울철이라 한산한 모습이다. 여름철에는 북적이는 마을로 여겨진다. 하천따라 들어선 각종 음식점과 분위기 좋아 보이는 카페들이 있다. 또 다른 옛 삼성교를 건너 삼성2리 마을을 지나 원덕역을 향해 걷는다. 별내 체험마을이라 한다. 별내마을에서는 딸기가 특용작물이라고 한다.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마을이다. 흑천 건너편으로 추읍산 583m이 보인다.
추읍산을 바라보면서 흑천을 따라 걷다가 한 모퉁이를 돌고 돌아 커다란 다리 밑으로 진입한다. 경의중앙선 철로 밑이다. 교각을 지나니 널따란 들녘이다. 거무내 원덕리 들녘은 제법 넓다. 특용작물을 재배하는 많은 비닐하우스 모습이 장관이다. 오른쪽으로 높다란 산세가 보인다. 하얀 설경이 있는 능선으로 용문산(1,157m)과 백운봉(941m)이 보인다. 원덕 벌판을 10여 분 가로질러 걷다 보면 원덕역의 도착이다. 양평 물소리길 5코스 답사를 마친다. 역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한 후 또다시 물소리길 4코스를 찾아 양평역까지 답사다.
양평 물소리길 4코스는 하천길이 아니다. 마을과 야산 그리고 들녘을 지나 바람 소리를 따라 걷는 길이다. 경의중앙선 원덕역은 원덕1리에 있다. 이 마을을 덤바위 마을이라고 부른다. 원덕마을은 덕암마을과 원당마을의 자연부락이 합쳐지면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덕암마을 뒷산에 마을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수호신 같은 커다란 바위가 있다고 한다. 이 바위를 덕바위라고 불렀다 한다. 또 원당마을은 논이 많아 두렁뎅이 마을이라고 불렀다 한다. 일 년 내내 맑은 물이 흘러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원덕마을 골목길과 원덕초등학교 지나면 경의중앙선 철교가 있다. 이 철교를 지나면 새롭게 조성된 것처럼 보이는 봉성마을이다. 마을 입구에서 급경사가 있는 길로 접어든다. 야산에 전원주택단지 조성사업이 한참이다. 이정표를 잘 찾아야 한다. 공사 현장을 넘으면 작은마을이 나오는데 이정표를 따라 철길 아래를 걷는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곡3리 성당이 있으며 능말 순교현양비 앞이다. 이 마을은 한양조씨 집성천으로 400여년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라고 한다.
도곡리 능말 순교지는 조동성유스티노 등 6명의 순교자가 있었다고 한다. 한양조씨 묘역을 지나 작은 야산을 넘는다. 토종 소나무가 울창하다. 경의중앙선 터널 위를 넘어가야 한다. 산에 오르는데 산 밑으로 양평 중고차 하치장이 있다. 소나무길을 넘어 도곡리를 향해 걷는다. 눈이 내려 눈길이지만 고산자의 말처럼 길이 있는 곳은 어느 길이든 걷기 좋은 길이다. 농노길을 걷다 보면 양평대로 터널을 빠져나가는 길이다. 도곡2리까지 자연과 어루어져 있는 콧노래가 나오는 낭만의 길을 걷는다.
양평읍 도곡1리 길은 옛 철길을 따라 걷는 길이다. 황톳길이 조성되어 걷기 좋은 길이다. 황톳길에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실내 맨발걷기가 가능한 구간도 있다. 어르신들의 모습이 보인다. 던지을교를 지나 남한강변에 있는 갈산(65m) 공원에 조성되어 있는 양평체육공원의 도착이다. 갈산공원은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 전망대다. 갈산공원에는 월남 참전용사 탑과 충혼탑 등이 있다.
양평 읍내 갈산공원에는 당대 최고의 풍류를 즐겼다는 정자가 있다. 이 정자를 영호정이라 부르는데 고느적하고 고풍스럽게 보이는 정자다. 영호정은 조선시대 건립했으며 1991년 현재의 영호정이 복원됐다고 한다. 남한강이 눈 아래 펼쳐지는데 그 풍광이 장관이다. 갈산에는 칡이 많아 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갈산의 여름철은 더위를 씻을 수 있는 최적의 쉼터로 보인다. 정자에서 산책로를 따라 내려오면 강상면을 잇는 양평대교가 있다. 1747년(영조23)에 갈산(양평)시장이 호황을 누렸던 시장이라 한다.
양평대교가 있는 곳에 양근나루터라고 표지석이 서 있다. 이 교량에서 경기옛길과 평해길의 물끝길이 복원 재현된 길이 있다. 조선시대 한양과 강원도를 연결했다는 관동대로에 조성된 물끝길은 남한강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힐링의 길이다. 이미 종주했던 길이다. 양평대교에서 양평역까지는 10분이 소요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 또한 여기서 남한강을 따라 여주방향으로 걷다보면 양평 개군면 체육공원을 지나 여주 이포보까지는 약 14km다. 이포보에서 충주-안동-부산 다대포까지 이어지는 국토종주길이다.
양평 양근나루는 서울 마포나 뚝섬에서 실은 새우젓 등을 강원도 홍천이나 횡성까지 마차로 실어갔다는 나루터라고 한다. 따라서 양평시장은 경기도 3대 시장이었다고 한다. 시장 앞에는 1939년에 중앙선이 개통되면서 영업을 시작하였다는 양평역이 있다. 양평에는 두물머리, 세미원 등이 주요관광지다. 양평역은 걷기와 자전거 경유지로 유명하다. 양평역 카페에서 쉼을 갖는다. 양평 물소리길을 완주를 자축하며 격려한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을 상상한다. 양평역에서 걷기를 시작하여 여주 이포보와 강천보 그리고 남한강을 따라 충주까지 걷고 싶다는 설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