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업종과 공제 한도를 시행령 대신 법률에 직접 못 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가업상속공제는 기술력을 갖춘 장수 기업이 상속세 때문에 경영을 포기하지 않도록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였으나 정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지면서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주차장 등 제도 취지와 무관한 업종의 기업들이 혜택을 받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9일 “가업상속공제의 기준이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도를 재설계할 계획”이라며 “특히 가업 상속의 핵심 요건이 상당 부분 시행령에 위임돼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에 위임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과 한도 등 핵심 요건을 법률로 격상하는 방안을 7월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포함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국내 법인의 소득 구간별 과세표준과 세율을 법인세법 제55조에 명시한 것처럼 가업상속공제 역시 국회 통제 아래 ‘법률에 의한 제도’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이 이어받을 때 가업상속재산의 상당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제도 도입 당시 1억 원에 불과했던 공제 한도는 업계의 요구와 정권의 성향에 따라 개편을 거듭하며 현재 최대 600억 원까지 늘었다.
공제 혜택은 늘어난 반면 세법상 규정은 느슨하게 운영되다 보니 상속세 절세를 노린 편법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은 2020년 이후 761개가 문을 열어 현재 1321곳에 이른다. 면적 333㎡ 이상 전국 대형 베이커리 카페 수도 137곳에 달해 이 중 상당수가 상속세 절세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제도를 유연하게 설계해야 100년 장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제언도 함께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 제도를 개편하지 않으면서 가업상속공제까지 일률 규제할 경우 상속세 때문에 가업승계를 포기한 제2의 ‘락앤락’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