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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상속 공제받는 주차장이 물류업?…‘무늬만 가업’ 판쳐

09.06.2026

이재명 대통령은 4월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주차장이 무슨 가업이냐”며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가업상속공제는 대(代)를 이어 승계할 만한 사업 노하우가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사업을 접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인데 지원 취지와 맞지 않는 업종이 버젓이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실을 질타한 것이다.

문제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아온 주차장업이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재경부와 국세청은 시행령 별표에 규정된 ‘물류 산업’ 등을 폭넓게 해석해 주차장업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해왔다. 가업 영위 기간에 따라 최대 600억 원까지 상속재산을 공제받을 수 있는 강력한 특혜를 제공하고도 그 근거가 법률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은 ‘법 공백’이 오랜 기간 방치돼온 셈이다. 2020년 물류 산업 조항의 열거를 정비한 후 보관, 창고, 운송 지원 등 물류업 범주를 근거로 주차장업까지 공제 대상으로 보는 관행이 확산되면서 수도권 시설 주차장은 우후죽순 늘어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도권 자가 사설 주차장 1321개 가운데 58%(761개)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문을 열었다.

정부가 법률로 적용 대상 업종과 공제 한도를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런 법 공백을 막고 가업상속공제를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하는 일관된 틀로 다시 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가업상속공제는 조세 감면 규모가 매우 큰 제도인 만큼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공제 대상 업종과 공제 한도 같은 핵심 사항을 시행령보다 법률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정권 교체 때마다 기준이 바뀌는 문제를 줄이고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지원은 확대되고 요건은 완화되는 방향으로 추진돼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은 1996년 세법 개정을 통해 1997년부터 영세 특수 가공업을 중심으로 공제 한도 1억 원으로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공제 한도가 30억 원으로 대폭 확대됐고 △2009년 60억~100억 원 △2012년 100억~300억 원 △2014년 200억~500억 원으로 줄줄이 상향됐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에는 공제 한도가 지금과 같은 300억~600억 원으로 정해졌다. 공제 비율은 도입 초기 20%에서 100%로 상향됐고 사후 관리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

공제 대상도 꾸준히 늘었다. 처음에는 중소기업만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2011년에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이 추가됐다.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의 매출액 기준은 △2013년 2000억 원 이하 △2014년 3000억 원 미만 △2022년 4000억 원 미만 △2023년 5000억 원 미만으로 단계적으로 늘어났다.

대상 업종도 정권마다 시행령 별표를 고쳐 임의로 넓혀왔다. 주차장업과 함께 편법 상속 통로로 이용된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의 경우 공제 적용 대상인 제과점업으로 등록한 뒤 커피를 파는 방식으로 제도를 우회했다. 빵을 직접 제조하지 않는 사업도 접객 시설을 갖추기만 하면 제과점업에 해당해 공제 가능한 점을 노린 것이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면적 100평(333㎡) 이상 전국 대형 베이커리 카페 수는 지난해 기준 137개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사이 약 5배 늘었고 2020년 이후에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국세청이 최근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 25개 업체를 선별해 실태조사한 결과 44%(11개)에 해당하는 업체에서 가업상속공제 남용 소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일관된 정책 설계라면 한도 확대와 요건 강화가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실제로는 공제 한도와 대상은 키우고 사전·사후 요건은 동시에 풀어주는 비대칭적 완화가 정권마다 반복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요구와 경기 상황에 따라 정권이 임의로 가업상속제도의 핵심 요건을 뗐다 붙였다하다 보니 진정한 가업상속이 아니라 상속을 회피하기 위한 우회 통로를 정부가 방치했다는 것이다. 면세 혜택의 핵심 요건(업종·기간·한도)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만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해놓다 보니 객관적 평가와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법률에 공제 요건을 못 박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혜택 업종 등을 법률로 정하면 산업 변화를 제때 반영하기 어렵고 자칫 가업승계 지원 자체를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대형 베이커리나 주차장처럼 악용되는 사례를 막는 장치는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이유로 제도 자체가 후퇴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업상속공제는 기업 유지와 고용 유지를 전제로 세 부담을 덜어주는 장치인 만큼 제도 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업종 변화가 심한 상황에서 ‘이것만 가능하다’고 묶어두면 제도의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조세 회피 목적으로 보이는 문제 사례를 핀셋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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