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시장의 벤치마크인 3년 만기 국고채 낙찰금리가 3년 6개월 만에 연 4%대로 올라섰다.
8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이날 2조 8000억 원 규모로 진행된 국고채 3년물 경쟁입찰에는 총 7조 4370억 원이 응찰해 2.6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날 입찰 경쟁률은 전월(2.88대1)은 물론 지난해 연평균 경쟁률(2.77대1)도 밑돌았다. 응찰 금리 구간 역시 3.995~4.055%로 시장금리보다 높았으며 낙찰금리는 4%를 기록했다. 최근 시중금리가 뛰면서 국고채 입찰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3년물 국고채 낙찰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4%대로 올라서면서 가계와 기업·금융권 등 시장 전반의 금리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시장금리와 국고채 수급 여건을 보며 향후 입찰에서 낙찰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와 확장재정 기조가 불러올 국채 수급 부담을 여전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국고채 3년물 경쟁입찰 낙찰금리가 4%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했던 2022년 12월(4.25%) 이후 3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3년물 4% 시대’를 상당 부분 예상하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유 최고가격제 효과를 제외하면 이미 4%를 넘어선 데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올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실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상이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신 총재는 “성장률과 물가를 보나 환율·부동산을 보나 비교적 갈 길이 명확하다”며 “향후 기준금리를 올려 여러 요소를 관리할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상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당장 다음 7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연내 추가 1회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연일 치솟고 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6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4조 원 줄이겠다고 밝힌 직후 3년물 금리는 연 3.73%대까지 내려갔지만 이달 1일 3.79%로 방향을 바꾼 뒤 이날 장중 3.96%까지 올랐다.
문제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뛰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고채 3년물은 대표적인 중기 벤치마크 금리로 은행채는 물론 고정·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4%가 역사적 고점 수준은 아니지만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4%대를 찍은 것은 그만큼 시장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과 재정적자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신호”라며 “벤치마크인 국채 3년물 금리가 상승하면 일반 회사채 금리, 신용대출 금리도 줄줄이 올라 기업과 가계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국고채 발행 물량과 입찰 물량 등을 조정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6월 국고채 발행 계획을 전월보다 4조 원 줄인 15조 원으로 확정했다. 이날 경쟁입찰한 3년물도 예정 물량(2조 7000억 원)보다 1조 원가량 줄어든 1조 8480억 원만 낙찰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시장금리 추이와 국고채 수급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낙찰 물량을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날에도 정부가 발행 물량을 조절해 대응에 나섰지만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양호한 경기와 높아지는 물가에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 등이 더해져 매도세가 확대돼 금리 고점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