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 , GS(078930) 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 HD현대(267250) 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합산 6조 원 수준을 기록하면서 이례적 호조를 맞이했다. 다만 중동 사태 발생 전 쌓아둔 재고로 인해 나온 ‘반짝 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2분기에 실적이 악화할 전망이다.
24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 96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실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유가 급등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22년 2분기 7조 5536억 원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회사별로 SK(034730) 이노베이션은 매출 24조 2121억 원, 영업이익 2조 1622억 원으로 307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대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GS칼텍스는 영업이익 1조 6367억 원으로 전년 동기(1611억 원) 대비 1310%나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매출은 13조 347억 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영업이익 1조 23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215억 원 적자에서 탈출했다. 매출은 8조 9427억 원이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9335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311억 원)보다 2901% 급증했으며 매출은 7조 7155억 원이었다.
이번 영업이익의 동력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효과였다. ‘래깅효과’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래깅효과는 원유를 구매한 후 국내에 도착해 제품을 생산·판매하기까지의 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를 말한다. 운송 기간 중 원유 가격이 상승하면 마진이 확대되고 반대로 내리면 마진이 축소된다. 정유사들은 중동 사태 이전 값싸게 사들인 원유로 만든 제품을 중동 사태 이후 유가가 치솟을 때 높은 가격에 팔아 마진이 확대됐다.
업계는 이번 영업이익이 착시효과라고 입을 모았다. 래깅효과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은 회계상 이익에 불과해 향후 유가 변동으로 줄거나 소멸할 수 있어 실제 현금 흐름을 동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이 저렴하게 쌓아둔 원유가 소진되면 고유가로 인한 수혜가 원재료값 상승이라는 악재로 바뀌게 된다. 아울러 중동산 원유 수입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우회 운송과 수입선 다변화 등 운송비용이 상승하고 석유 제품 수요 둔화가 예측되면서 호실적 흐름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고가격제도 정유사들의 부담을 키웠다. 앞서 21일 산업통상부는 ‘제6차 석유제품 최고가격’ 고시를 통해 ℓ(리터)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 등으로 가격을 6월 19일까지 동결했다. 석 달간 이어진 최고가격제로 국내 공급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낮게 묶여 있어 매주 수천억 원 수준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손실 보전도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추가경정예산으로 정부가 확보한 최고가격제 손실 보상 비용은 4조 2000억 원 수준이지만 누적 손실이 이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부터는 최고가격제를 포함한 변수가 많아 회사들 모두 긴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유사들은 실적 악화에 대비해 사업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현재 중동 사태로 지연된 울산 산업 단지 구조조정에 대해 연내 최종 개편안 도출을 목표로 협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 투자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의 6월 말 기계적 완공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