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직접 요청했다는 윤상현 의원의 특검 진술이 공개되면서, '윤·김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그간 “공천 개입은 없었다”는 윤 의원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중대한 진술로, 수사의 향방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윤 의원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켜야 할 위치에 있었다.
그런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공천 요청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것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천 절차가 최고 권력자의 의중에 흔들렸다는 정황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더욱이, 이 진술은 최근 공개된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통화 녹취와도 맞물린다.
녹취에서 윤 전 대통령은 “상현이한테 내가 한 번 더 이야기할게. 걔가 공관위원장이니까”라고 말하며 특정 인사의 공천을 암시했다. 이 대목은 공천 과정에서의 부당한 외압 가능성을 짙게 만든다.
물론 윤 의원은 특검 조사에서 “공관위에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지 않았고, 투표로 절차에 따라 공천이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민이 납득해야 할 것은 형식상의 절차가 아니라, 그 절차가 외부 영향 없이 공정하게 작동했는가 하는 본질이다.
공천은 정당의 자율권에 속하지만, 동시에 국민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를 매개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통해 무상 여론조사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갔다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정치공작이자 권력 사유화다.
특검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정치 해프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윤 전 대통령의 역할, 김건희 여사의 연루 여부, 명태균 씨와의 관계, 공천 과정에서의 실질적 영향력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히 여론조사 지원 등 대가성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필수다.
정치는 신뢰 위에 선다. 그 신뢰가 무너졌다면 다시 쌓는 길은 오직 진실뿐이다. 특검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법 앞의 평등과 정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다해야 한다.